찬 "식수 손실없이 공급…암각화 훼손도 막아"
반 "경관 파괴하고 침수 완벽하게 막기 어려워"
10여년간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보존 대책을 놓고 씨름하던 국보 285호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문제가 이동식 투명댐을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2003년 울산시가 서울대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지 10년 만의 일로 그동안 문화재청 등 정부와 울산시 등 지자체 간 갈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고래 사냥 기록을 묘사한 선사시대 바위 그림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인근 사연댐의 건설로 연중 6~8개월가량 물에 잠긴다. 이에 따라 훼손 우려가 높아지자 문화재청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울산시는 그렇게 되면 주민들 식수난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해왔다.이번에 정부와 울산시가 암각화 전면에 이동식 댐을 설치하자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체결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 대안이다. 더욱이 댐 자체가 또 다른 자연훼손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암각화 보존과 관련, 댐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그동안 생태제방을 쌓자고 주장해 온 울산시는 이번 이동식 투명댐에 대해서도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등이 주장해 온 사연댐 수위를 낮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하루에 울산 시민이 소비하는 물은 33만t인데 현재 수위를 10m만 낮춰도 6만t의 물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울산시는 따라서 대체 수원만 확보된다면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동안 문화재청과 갈등을 빚어온 박맹우 울산시장은 이동식 투명댐 설치안에 대해 “울산시민들에게 손실 없이 식수를 공급하고 암각화 침수에 의한 훼손을 막을 수 있는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가장 모범적인 결과이며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은 그동안 “암각화도 보존하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120만 울산 시민이 맑은 물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사연댐 수위 조절에 불가 입장을 거듭 표명해 왔다.
이번에 짓기로 한 이동식 댐(키네틱 댐)을 제안한 건축가 함인선 씨는 “훼손이 심각한 문화유산을 유리 등으로 감싸 보존하는 것은 유네스코도 권고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물에 잠기는 문화재에 적용한 사례는 없지만 키네틱 공법 자체는 군사공학이나 우주공학 쪽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
이동식 투명댐 건설 계획이 나오자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환경운동연합 문화연대 등은 이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이동식 댐의 구조물 설치를 위해 암각화 앞의 5~10m 앞의 바닥과 암벽에 타설하는 콘크리트 역시 암각화의 원형과 경관을 파괴하게 될 것이고 영구 대책이 마련된 후에 걷어내 봐야 의미가 없다”며 “물 부족과 맑은 물을 요구하는 울산시의 억지 주장부터 검증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댐을 설치할 경우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사실상 지킬 수 없게된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이동식 댐이 홍수 시 암각화 침수를 완전히 막기도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금껏 울산시 측이 주장해왔던 생태제방 안보다 더 조잡하고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바위 절벽위에 새겨진 암각화는 있는 그대로 보존되어야 의미가 있지, 인공 댐을 만들어 놓는 것은 보기에도 흉물스럽고 자연스럽게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반대론자들은 포르투갈의 포즈코아 암각화 보존 사례를 들기도 한다. 이 암각화는 1990년대 댐 건설 도중 발견돼 몇 년간 댐 건설을 강행할 것인가를 두고 찬반 논의를 거친 결과 댐 건설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고 한다. 이렇게 보존된 암각화는 1998년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고 지금은 세계적 관광명소가 됐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