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가 국가적 생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등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우리 경제도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현실에서 자립적인 자원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글로벌 석유회사인 영국 BP를 공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멈춰 섰던 가스전 개발사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앞서 1차 시추 실패와 정치적 공방으로 좌초 위기에 몰렸던 이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는 것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우리도 독자적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막대한 비용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찬성] 글로벌 기업 참여로 사업성 개선…에너지 안보 위해 기술 축적해야
독자적 자원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생존 전략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에너지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언제든 끊길 위험이 있다. 동해 가스전 개발은 성공할 경우 국가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할 버팀목이 된다. 적은 양의 가스라도 직접 채굴해 사용할 수 있다면 막대한 에너지 수입 비용을 줄이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자원 빈국이라는 치명적 약점에서 벗어날 기회이기도 하다.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것이라는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도 없다. 심해 탐사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글로벌 기업인 영국 BP가 공동 개발 파트너로 합류하기 때문이다. 수익성과 데이터로만 움직이는 세계적 기업이 투자를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동해 가스전의 상업적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한국은 회당 1000억원에 달하는 심해 시추 비용과 실패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상업적 성과가 나오면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실리적 구조다.
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도 이번 사업은 추진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을 지닌 메이저 자본과의 협업은 국내 자원개발 업계의 시추 노하우와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다. 실패를 두려워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영원히 자원 개발 변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채굴이 끝난 빈 심해 지층은 앞으로 대규모 온실가스를 매립하는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시설로 재활용할 수 있다. 친환경 미래 산업과도 연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 다변화는 산업 경쟁력 확대의 기반이 된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청정 화석연료인 가스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한국의 핵심 기간산업은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자체 가스전 보유는 국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가스전 개발은 단순한 연료 확보를 넘어 제조 경쟁력을 지키는 수단이다.
[반대] 화석연료 개발은 탄소중립 역행…비용 낭비, 심해 생태계 파괴도
화석연료 기반의 자원 개발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막대한 자금을 가스전 개발에 쏟아붓는 대신 태양광, 풍력, 수소 등 미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 효율 향상에 나서야 한다. 화석연료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는 구조는 결국 낙후된 에너지 체제를 고착화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