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술에 찌든 상아탑… 면학 분위기 망가뜨려" 반 "정부가 술 마시지 말라는 건 지나친 간섭"
정부가 음주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를 줄이고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대학 내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캠퍼스가 금주지역으로 바뀔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캠퍼스 내에서는 잔디밭, 동아리방은 물론 기숙사에서도 술을 마시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학내 일부 수익시설은 예외를 인정한다지만 사실상 캠퍼스가 ‘금주 구역’으로 지정되는 셈이다. 물론 현재도 대학 내에서 술을 마셔도 좋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도한 음주를 권해 일부 학생이 숨지는 등 캠퍼스 내에서 음주 관련 각종 사고가 빈발하자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일반인들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정작 캠퍼스 내에서는 이런 것까지 간섭을 받야야 하냐며 반발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대학 내 음주 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찬성 측은 대학은 어디까지나 공부를 하는 곳인데 그동안 우리 대학이 지나친 음주문화에 찌들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천성수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학 내 금주조치는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조처라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생 4명 중 3명가량이 폭음자로 분류되는데 이는 미국의 두 배 수준”이라며 대학 내 음주 위험성을 경고했다. 천 교수는 “폭음은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만큼 대학 내 음주 금지는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대학 캠퍼스를 비롯한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 점도 우리가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외국어대 등 일부 대학들은 자발적으로 정부의 이런 조치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부산외국어대 측은 “학생 대표와 가을 체육대회부터 교내 음주를 자제하자고 합의를 보았다”며 “내년 초 개정안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 학칙을 개정해 캠퍼스 내 음주에 실질적인 페널티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A씨는 “분위기가 자유롭긴 하지만 대학도 엄연한 교육의 공간인데 지나친 음주 문화가 보기 좋지만은 않았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면학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대학생 K씨는 “학교가 개방된 장소이다 보니 외부인이 와서 술판을 벌이는 경우도 많았다”며 “면학 분위기와 술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음주 금지에 대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대
반대 측은 이미 대부분 성인인 대학생들의 음주까지 나라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며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방침이 알려진 후 보건복지부 앞에서 법개정에 반대하는 음주시위를 벌였던 청년대선캠프 측은 “다 큰 성인에게 왜 정부가 나서서 금주를 강요하느냐”며 “캠퍼스 내 금주는 자유를 상징하는 대학문화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학선 경성대 외식서비스경영학과 교수는 “졸업을 앞둔 제자들과 막걸리를 한 잔 하는데 학생들이 다들 이제 이런 낭만도 곧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 안타까웠다”며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생 K씨는 “취업준비로 얼굴 보기 힘든 선후배들과 축제와 주막을 준비해 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대학 문화 가운데 하나인데 이를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음주로 인한 사고는 대학 내에서 자체적으로 계도해 나가면 될 문제이지 법까지 개정하며 막겠다는 건 지나친 처사”라는 견해도 밝혔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국민통제를 위한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복지부의 대학 내 음주 금지는) 주취자에 대한 처벌은 이미 법제화되어 있는데도 주취폭력 등을 내세우며 과도하게 학내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탁 교수는 학내 일부 시설에서는 예외를 허용한다는 정부의 발상도 얼토당토않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