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속 시대(Great Deceleration).’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7월27일자)에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대표되는 신흥국 시장에서 지난 10년간 이어진 급성장 시대가 끝나간다고 경고하며 붙인 말이다. ‘디셀러레이션’이란 ‘가속’을 의미하는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의 반대말이다.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빗댄 것이다.
#고성장 시대 '터닝포인트'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을 육상 대회에 비유했다. 늘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내던 선수가 종전 기록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낼 때 사람들은 그가 일시적인 슬럼프에 빠졌는지, 아니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시장의 경우 후자에 속한다고 진단했다.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기를 지나버린 ‘터닝포인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도 세계 경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신흥국 덕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이들 국가의 성장률이 급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며 “이제 세계 각국은 신흥국 시장의 ‘대감속 시대’를 대비해야 할 때가 왔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10년 동안 브릭스를 중심으로 계속된 신흥국의 수출주도형 성장에 대해 “‘워싱턴 컨센서스’에서 ‘베이징 컨센서스’로 변화한 시기”라고 표현했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때에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워싱턴 컨센서스가 강세였지만, 월스트리트의 붕괴와 유로존의 몰락 등으로 인해 중국 경제의 역할이 강화되면서는 국가자본주의와 전체주의적 현대화를 내세우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힘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활약하며 국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는 러시아와 브라질, 인도산 원유 및 농산물의 수출 호조와 맞물리며 신흥국 경제 전체를 살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초라한 브릭스 경제성적표
하지만 올 들어 브릭스의 성장률 성적표는 과거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해온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는 7.5%다. 이마저도 하한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7.5%라고 주장하지만, 외신들은 사실상 7%로 내린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라고 명시했다. 실제 경제성장률은 목표치를 매년 크게 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의미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둔화 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정부가 “구조조정을 위해 성장을 희생하겠다”(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성장률 하락을 어디까지 용인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유가 상승으로 ‘오일 머니’의 덕을 톡톡히 봤던 러시아 역시 지나치게 자원에만 기댄 것이 화근이 됐다. 지난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수출 및 판매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53%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원자재 수요가 줄고,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자원 부국 러시아의 입지는 좁아졌다. 러시아의 지난 1분기 성장률은 1.1%에 불과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초 내놓았던 3.4%에서 2.5%로 낮췄다.
#美·日·유럽 경제가 관건
브라질과 인도의 경제 전망도 당분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브라질은 높은 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브라질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7%였다. 브라질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4.5%를 훌쩍 뛰어넘는다. 브라질에선 물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6월부터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