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등과 정상회담서 외교쟁점 풀기 별다른 성과없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을 마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일본을 시작으로 15일 싱가포르서 열리는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중국과 한국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금융위기 이후 파워가 급격히 약해진 미국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진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은 어느 전임 미 대통령과도 달랐다.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 문제, 중국 위안화 환율 및 인권 문제, APEC 국가들과의 기후변화 협약문제, 북한 핵문제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은 거의 없었다.
중동과 유럽 순방에서 보여준 오바마 대통령 특유의 개인적인 매력과 카리스마를 발산하지도 못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이 순방 중에 보인 '공손한' 태도는 미국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첫 방문지인 일본부터가 오바마 대통령에겐 상당히 껄끄러운 회담 상대였다.
지난 9월 출범한 일본 민주당 정권이 '대등한 미 · 일 외교'를 내세우고 있는데다 오키나와현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양국 간 관계가 냉랭해져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하토야마 총리와 1시간 반 동안 회담을 진행하며 양국 간 동맹 강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최대 현안인 후텐마 기지 이전을 비롯해 주일미군 지위협정 개정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지원 중단 등 군사 관련 쟁점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다만 하토야마 총리는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새롭게 설치되는 각료급 회의체에서 가능한 한 조속히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소탈한 태도와 친근한 언변으로 일본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어린 시절 가마쿠라를 방문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일본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NHK와의 인터뷰에선 "어릴 적 하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일본인을 접했다"며 "그들의 근면성과 높은 교육수준,훌륭한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나아가 아키히토 일왕을 만나서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일본 내 반미여론이 커질 것을 경계한 치밀한 전략"이라면서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을 정도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14일 하토야마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은 기존 합의를 전제로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논의하고 싶어할 수도 있으나 이렇게 되면 실무회의팀을 가동할 필요가 없다"면서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으로선 체면을 구긴 셈이다.
싱가포르에서 14~15일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리더십은 예전만 못했다.
다음 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앞두고 논의 중인 온실가스 감축 규모에 대해서 APEC 회원국 간 이견이 끝까지 조율되지 않아 최종 정상선언문에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가 포함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