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주목받으면서 작품 속 가상 조직 ‘교권보호국’이 교육계 화두로 떠올랐다. 극 중 교권보호국 감독관이 학교 현장을 정화하는 모습은 통쾌함을 안겨줬다. 현실에서는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신임 시도 교육감들이 교육활동보호국 같은 조직 신설에 나서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국가 차원의 제도 개혁 요구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초등학교 교사의 우울증 위험군 비율이 매우 높고, 절반에 가까운 교사가 최근 1년간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했다고 토로한다. 교권 추락은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교권보호국 같은 조직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찬성]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게 도와야…교사의 심리적 안전망 구축도 필요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교사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상습적인 폭언과 협박,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조치 등으로 교사의 심리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사가 법적 대응과 행정 처리를 홀로 감당하느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사를 악성 민원의 최전선에서 분리하고 정부와 교육청 등이 전면에 나서 책임지는 전담 기구인 교권보호국 신설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지도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한 방패막이가 되어주어야 한다.
시도 교육청 내부의 교권 보호 기능이 여러 부서로 쪼개져 있어 정작 위기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신고 접수와 법률 자문, 심리상담 등이 따로 돌아가는 구조에서 교사들은 관료주의 벽을 절감하며 사비를 들여 교권 침해 보험에 가입하는 실정이다. 교육감 직속의 강력한 전담 조직이 설립된다면 분산된 자원을 하나로 모아 보다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침해 사안 발생 즉시 전문가가 개입해 민원을 차단하고, 법률·심리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컨트롤타워가 존재해야만 교사들이 실질적인 국가의 보호망을 체감할 것이다.
교권보호국 설립은 학생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교권이 추락한 교실에서는 정당한 생활 지도마저 불가능해져 다수의 선량한 학생이 학습권을 침해받고 불안에 떤다. 국가 차원의 전담 조직을 통해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할 때 교사의 권위가 회복되고 안전한 교실 분위기가 형성된다.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도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교권보호국 같은 조직은 필요하다.
[반대] 조직 신설은 예산·인력 낭비 불러…기존 법 개정, 제도 보완이 우선
드라마 속 판타지에 열광하는 대중 정서에 편승해 교권보호국과 같은 새로운 행정 조직을 만드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무너진 교실의 핵심 원인은 조직의 부재가 아니라 교사의 손발을 묶어버린 불합리한 법과 제도에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정당한 훈육마저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 봐 불안해하는 현실을 바꾸려면 아동복지법의 독소 조항을 개정하고, 학교 내 민원 대응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본질이다.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기구 신설은 또 다른 행정 절차와 규제만 양산하고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교권 문제를 전담으로 다루고 관련 학생들을 처벌하는 거대 기구의 등장은 교육계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가 가진 고유의 교육적 기능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학교는 갈등을 법과 폭력으로 재단하는 재판소가 아니다. 잘못을 바로잡고 관계를 회복하도록 가르치는 교육의 공간이다.
교실 내 문제를 외부 특수 조직의 강압적 개입에 의존해 해결한다면 학교 공동체 내부의 자정 능력은 완전히 마비되고 말 것이다. 훈육과 지도라는 이름의 교육 행위가 외부 기관의 감시와 처벌 대상으로 전락할 때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교권만 지나치게 부각하는 독립 조직의 신설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심화해 교육 생태계를 더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그럼에도 징벌적 성격의 전담 조직이 설치된다면 학교 구성원들은 서로를 잠재적 신고 대상이자 감시자로 취급하며 구성원 간 신뢰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갈등의 증폭과 공동체 붕괴라는 부작용을 낳을 기구를 신설하기보다 교육청과 학교의 행정 지원 체계를 내실화하는 방향이 훨씬 현명한 해법이다.
√ 생각하기 - 교육 본질 회복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해야
교권보호국 설립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무너진 공교육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찬성하는 쪽은 교사를 보호할 강력한 조직이 시급하다고 외치고, 반대하는 쪽은 행정 비대화와 공동체 붕괴라는 부작용을 경고한다. 양측의 주장은 배치되는 듯하지만 교육 현장의 정상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공유한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어떻게 해야 학교를 실효성 있게 바꿀 수 있는가로 모아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드라마 속 초법적 응징 같은 극단적 해법이 아니라 교사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압력을 차단할 실질적 제도 개선이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를 방지하는 법 개정, 교육청의 행정 지원 확충 등이 동반돼야 한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생의 가치로 공존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는 안심하고 가르치고, 학생은 온전히 배울 수 있는 건강한 교실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