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의 첫 작품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수상한 ‘관내분실’과 가작을 받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시작으로 작가로 나선 지 2년 만에 첫 작품집을 낸 것이다.

작가는 독특한 이력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1993년생으로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나는 사람이 물질에 기반을 둔 존재라는 것에 항상 흥미를 느꼈다. 화학을 전공한 이유 중 상당 부분도 그 때문이었다. 감정의 물질성,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의 전환을 자주 생각하곤 한다. 사람들이 어떤 물질을 소유하고 그것으로부터 정서적 욕구를 충족한다면, 어쩌면 감정 그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수록작 ‘감정의 물성’을 집필했다. 이 대목에서 이공계 출신 작가의 독특한 시선이 묻어난다.
첫 작품집 이후 <원통 안의 소녀>, 함께 지은 책 <사이보그가 되다>를 발표하고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에 이어 2021년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국내 대표 공상과학(SF) 작가로 꼽힌다. ‘비인기 장르’이던 한국 SF는 최근 해외 문학상 후보에 대거 이름을 올렸으며, 애니메이션과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면서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야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수록 작품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감성 SF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지난 3일 CGV에서 개봉했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활약하는 허평강 총감독의 지휘 아래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위현송 캐릭터 디자이너,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 음악감독이 협업했다. 목소리 연기는 김향기, 박지후, 이주영 배우가 맡았다. 원작자인 김초엽 작가와 배우 박정민 등이 게스트로 나선 릴레이 관객과의 대화(GV)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첫 장부터 궁금증을 폭발시킨다. 소설은 “소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로 시작한다. 데이지가 사는 마을에서는 18세가 되면 성년식을 개최한다. 성년식을 마친 순례자들은 낡고 삐걱거리는 이동선을 타고 시초지로 떠났다가 1년 후 돌아온다.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도 있지만, 대부분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데이지는 “환송식에서 어른들이 주는 묘한 향기가 나는 음료를 마시고 어지러워 짧게 기억을 잃었고, 정신을 차려보면 이동선이 이미 떠났다”고 일기장에 적었다. 일기 덕분에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를 떠올린 데이지는 궁금증으로 견딜 수가 없다. 성년이 되기 전 시초지로 가서 순례자들이 왜 돌아오지 않는지 알아볼 각오로 금서 구역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마을을 만든 릴리와 올리브에 대한 기록을 읽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