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부터 햄버거 포장지까지, 우리의 24시간은 '석유'로 만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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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부터 햄버거 포장지까지, 우리의 24시간은 '석유'로 만들어졌어요

장규호 기자2026.04.02읽기 5원문 보기
#석유화학제품#오일쇼크#스태그플레이션#페트로달러 시스템#금환본위제#스탠더드오일#중동 유전#에너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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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현대인은 온종일 석유 경제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침에 깨어나면서 집어 드는 스마트폰 자체가 석유화학제품 덩어리입니다.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케이스, 에폭시수지 원료의 내부 회로기판, 폴리머 필름으로 덮인 화면…. 욕실도 유화 제품으로 가득합니다. 계면활성제 원료의 비누, 나일론으로 만든 칫솔모, 폴리에틸렌 원료의 치약 튜브, 샴푸와 린스 용기 등이 모두 석유에서 나옵니다. 입는 것, 신는 것도 그렇습니다.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 스판덱스 등 석유 기반의 합성섬유는 요즘 의류 원단의 60%를 차지합니다. 신발 밑창의 고무(합성고무), 방수 재킷의 코팅 소재도 모두 석유화학제품입니다.

석유는 ‘문명의 뼈대’먹고 마시는 것도 석유와 연관돼 있습니다. 현대 농업에서 비료가 없으면 농사를 짓지 못합니다. 암모니아 합성의 질소비료는 그 원료가 천연가스 또는 석유입니다. 농약과 제초제도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어지고 트랙터 등 농기계는 경유로 움직입니다. 식품 포장재는 폴리에틸렌 등이 원료이고, 합성 의약품의 원료도 석유화학 계통에서 나옵니다. 교통과 물류는 두말할 나위 없죠. 전 세계 수송 에너지의 약 90% 이상을 석유가 담당합니다. 석유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문명의 언어’이자 ‘현대문명의 뼈대’입니다. 석유 경제의 황금기와 도전현대 석유산업은 고래기름을 대체할 등유를 확보하는 데에서 시작됐습니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고래가 남획되면서 등불을 피울 연료가 모자랐습니다. 1859년 펜실베이니아주 땅을 파고 들어간 시추공이 검은 액체를 쏟아냈는데, 그게 석유였습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 일대는 ‘오일 러시’의 현장이 됐습니다. 이때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하고 1880년대 미국 정유산업의 90%를 장악한 인물이 바로 존 D. 록펠러입니다. 내연기관, 즉 자동차의 등장은 석유산업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제1·2차 세계대전도 석유와 인연이 깊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석유의 전략적 가치를 세계에 증명한 전쟁이었습니다. 말(馬) 대신 석유 구동 전차와 트럭이 전장에 투입됐고, 항공기도 처음으로 군사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에너지 전쟁이었습니다. 히틀러의 소련 침공은 코카서스 유전 확보가 핵심 목표였어요.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습격으로 촉발된 태평양전쟁은 1941년 미국의 대(對)일본 석유 금수 조치가 그 발단이었습니다. 1950~1960년대는 ‘석유 경제의 황금기’였습니다. 고속도로망이 미국 전역을 연결하고 부유층이 교외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자동차 문명이 꽃을 피운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석유 경제는 1973년 1차 오일쇼크와 1979년 2차 오일쇼크로 큰 위기를 맞습니다. 4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을 지원한 미국과 서방에 맞서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금수 조치를 단행한 게 1차 쇼크를 불러왔습니다.

이란혁명으로 이란 석유생산이 중단된 것은 2차 쇼크의 원인이었죠. 1920년대 중동 석유가 발견되며 서구 열강과 이스라엘, 그리고 중동 국가 간 지정학적 갈등이 시작됐는데, 결국 오일쇼크라는 충돌 양상을 빚었습니다. 경제 시스템 좌우하는 석유석유는 이후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축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오일쇼크는 세계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경제 현상을 몰고 왔습니다.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하는 큰 변화였습니다. 석유는 국제 금융 질서와도 연결됩니다.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금환본위제를 폐지해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달러 인기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중대한 시점이었죠. 그 공백을 메꾼 게 1973~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협약이었습니다. 사우디가 석유 거래를 반드시 달러로만 결제하는 대신, 미국은 사우디 왕가의 안보를 보장하는 밀약이었습니다. 이로써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등장합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석유를 사려면 달러가 필요해졌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달러 패권의 핵심 기반이 되었습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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