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사교육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당장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불안합니다. 다른 학생들도 내년 이후 대학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걱정이 앞섭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선 상황을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그 이후 교육부의 여러 조치에서 핵심은 ‘수능의 정상화’입니다. 공교육 교과과정에 없는 문제를 수능에 출제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이 이런 지적에 공감합니다. 맞는 말이니까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학교 교육과정에 없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는 당연하다”고 찬성했습니다.
다만,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이다 보니 단계적인 수정을 통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또 이번 조치로 사교육 시장이 되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살펴봐야 합니다.
수능과 사교육은 독자 여러분이 직접 당사자인 문제입니다. 당장 마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가져봅시다. 성적 향상과 명문대 진학의 ‘기대’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불안’으로 사교육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설명하는 기대이론과 게임이론도 이해해봅시다.
킬러문항 없어도 '변별력' 갖춘 수능…일관성 있는 입시 제도를 기대합니다
대학입학 전형은 각 대학이 자기 대학에서 가르칠 학생을 선발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학생 선발권은 원칙적으로 대학에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대학의 서열화가 만연하고 일류 대학 입학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정부가 대입 전형에 관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가가 주관하는 입학시험입니다.
30년 운영된 수능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54학년도 ‘대학 입학 국가연합고사’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후 ‘대학 입학자격 국가고사’(1962~1968학년도) ‘대학 입학 예비고사’(1969~1981학년도) ‘대학 입학 학력고사’(1982~1993학년도) 등의 국가고사가 치러졌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4학년도부터 시행됐고요.
30년간 운영된 수능은 출제 및 채점 오류 논란과 물수능(지나치게 쉬운 수능)·불수능(지나치게 어려운 수능) 같은 난이도 널뛰기 문제로 자주 비판받아왔습니다. 교과 이기주의와 대학의 편의주의 등으로 왜곡됐고, 역대 정부가 수능을 교육정책의 손쉬운 도구로 생각해 여러 가지 간섭을 하는 바람에 크게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비판과 지적에도 수십 년간 전국 단위 시험을 이렇게라도 유지해온 것이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옵니다.
대학교수도 풀기 어려운 문제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에 대해 “수십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공정한 수능’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런데 킬러 문항은 왜 수능에 포함돼왔을까요. 평이한 문항만으론 성적이 높은 학생들의 실력을 가름하기 어렵다 보니, 킬러 문항을 포함시켜 그 문항의 정답 여부에 따라 등수를 정하려 한 것입니다. 사실 시험을 시행하는 입장에서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킬러 문항을 출제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대학교수도 풀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더라도 최대한 어렵게 꼬아서 만들면 되니까요.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킬러 문항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입니다. 윤 대통령의 지적 후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은 확실히 제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