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인간의 심리·행동으로 엮인 복잡계 'Cetris paribus' 전제로 예측 땐 틀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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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인간의 심리·행동으로 엮인 복잡계 'Cetris paribus' 전제로 예측 땐 틀리죠

고기완 기자2022.08.11읽기 5원문 보기
#Cetris paribus (세트리스 파리부스)#복잡계#인간행동론#블랙스완#불확실성과 리스크#오스트리아학파#수요와 공급곡선#계량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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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리스 파리부스 :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게티이미지뱅크호모 사피엔스(지혜 있는 사람)는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도 미래를 점치고 싶어 하는 종(種)입니다. 앞을 내다보는 카산드라 이야기,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 영화, 시장을 예측하는 경제 채널이 인기를 끄는 이유죠. 사피엔스 종의 특성상 예측 시장, 전망 시장은 영원할 듯합니다. 대부분 틀릴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죠. 경제 예측은 왜 틀릴까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왜 틀릴 수밖에 없을까요? 가장 확실한 답은 경제가 복잡계이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수학 문제(x가 4일 때 x+y=10. y 값은 6)도 아니고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서 결국 비를 불러오는(?) 원시 제사장도 아닙니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연구소들이 부동산, 주식, 환율, 금리, 무역, 국내 경제, 세계 경제를 예측하지만 맞힐 확률은 매우 낮은 거죠. 몇 가지 이유를 더 살펴봅시다. 첫째, 경제학은 인간행동(미제스의 인간행동론 참조)을 다룹니다. 행동 주체인 개인들의 변덕은 죽 끓듯 합니다. 심리와 행동이 시시때때로 변한다는 것이죠. 정태적이 아니라 동태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들이 79억 명입니다. 개인들을 자극하는 외부 변수 역시 무한하게 존재합니다.

수많은 변수는 부동산, 주식, 환율, 금리, 무역, 경제 패턴을 돌변하게 만듭니다. 둘째, 경제학의 분석은 공통된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여러분이 경제학을 공부할 때마다 만나는 용어. 바로 라틴어 ‘세트리스 파리부스(cetris paribus)’입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뜻이죠.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이 널리 퍼뜨린 이 전제가 없다면 많은 이론이 성립하지 않을 겁니다. 인간행동과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것인데 이런 전제 아래에서 분석하니까 오류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경제학을 과학으로 봐주지 않습니다. “아니, 세상에 모든 조건이 동일한 게 어디 있느냐”는 겁니다.

경제학을 깎아내리게 하는 세트리스 파리부스를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답니다. 모든 변수를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계를 정한 것이니 경제학은 ‘겸손한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경제학은 우울한 학문’이라고 말했지만요. 셋째,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예측을 바꿔버립니다. 리스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위험을 말합니다. 도박이 좋은 예입니다. 도박하면 돈을 잃는다는 것은 리스크입니다. 그런데도 경제 주체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합니다. 변수가 됩니다. 불확실성은 우리가 모르는 위험입니다. 유명한 저술가 나심 탈레브가 말한 ‘블랙스완’은 적절한 용어입니다.

언제 ‘검은 백조’가 날아들지 모르는 거죠. 정치적 격변, 코로나19, 전쟁, 지진, 금융위기 같은 것들이죠. 잘 발생하지 않지만 한번 닥치면 지구촌을 흔들 정도의 위기입니다. 기름값과 곡물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이렇게 오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넷째, 경제 예측이 사용하는 통계 숫자의 한계도 문제입니다. 경제학파 중 오스트리아학파는 “경제 분석에 쓰는 숫자들은 모두 과거의 숫자이기 때문에 미래 예측에 써선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과거 숫자를 분석에 동원하면 질병 자체보다 더 나쁜 치유책을 부른다고 했습니다. 과거 숫자가 옳은 길을 제시한다면, 정부가 틀릴 수 없다는 거죠.

다섯째, 경제 언론들은 ‘올해 가장 빗나간 경제예측 10가지’를 발표하곤 합니다. 예측 실패의 공통점은 분석 모형의 한계에서도 발생합니다. 모형은 통계적으로 모형에 부적합한 것들을 빼거나 넣는 ‘외삽’ 기법을 사용합니다. 계량경제학의 한계죠. 하지만 경제학을 위한 변론은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곡선은 매우 단순합니다. 곡선 두 개로 모든 것을 나타내려 하죠. 초간단 모형은 우리를 잘 가르쳐 줍니다. 직관적으로 보게 해요. 모형은 그래서 현실과 다를수록 좋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노선도를 보세요. 그 안에는 산, 강, 다리가 없는데, 사람들은 몇 개의 선과 점만으로도 제 갈 길을 잘 찾아갑니다.

경제학은 여러 한계 속에서도 복잡한 인간 행동을 다루려 시도하기 때문에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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