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대학들
커버스토리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대학들

박종관 기자2019.05.23읽기 5원문 보기
#반값 등록금 정책#포퓰리즘#사립대 재정 위기#국가장학금 II 유형#고등교육법#4차 산업혁명#R&D 예산 감소#QS대학평가

Cover Story

- 대학도 구조조정 시대

미래 투자는 엄두도 못내 과다한 '포퓰리즘'의 결과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한 지 11년. 대학의 ‘곳간’이 메말라가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국내 사립대의 실질 등록금은 2008년과 비교해 16.5% 하락했다. 수입의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던 대학들로선 반값 등록금 정책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2016년부터는 사립대의 운영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상당수 대학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사립대 예산팀장은 “미래 투자는커녕 당장 살아남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추락하는 대학 경쟁력가격 규제로 손발이 묶인 대학의 경쟁력은 악화일로다. 한국 대학의 위상 하락은 대학 경쟁력 평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QS대학평가에서 한국 대학들은 2014년까지만 해도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이 새롭게 아시아 상위 20위 대학에 진입했다. 2015년 이후부터는 새로 진입한 대학이 한 곳도 없다. 서울대 순위는 한때 아시아 4위까지 올라갔지만 작년엔 10위에 그쳤다.미래 투자도 먼 나라 얘기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 신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지만 국내 대학은 이들 분야의 연구개발(R&D)에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내 전체 사립대의 자체 R&D 예산은 2011년 5397억원에서 2017년 4470억원으로 17.2% 줄었다.인재 확보도 쉽지 않다. 국내 한 사립대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AI 분야 석학인 A씨를 교수로 영입하려 했다. 하지만 A씨는 미련 없이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서 신임 교수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연봉이 1억원을 넘지 못하지만 기업들은 우수 인재에게 2~3배 연봉을 준다”며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자를 데려오려면 고액 연봉뿐만 아니라 전용 연구시설, 기본 연구비용 등을 모두 제공해야 하는데, 국내 대학의 재정 상황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대학 자율성 침범하는 교육부대학은 최소한 법에서 정한 상한선만큼이라도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 11조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4년제 일반대학 및 교육대학 196곳 중 2019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는 5곳뿐이다.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Ⅱ 유형 제도를 통해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사실상 막고 있기 때문이다.교육부는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국가장학금 Ⅱ 유형의 지원 대상 학교를 등록금 인하·동결 대학으로 한정하고 있다. 국가장학금 Ⅱ 유형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학은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 역시 신청할 수 없다.등록금 인상을 제지당한 대학은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더욱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재정지원 사업을 무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학을 이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교육부는 올초 대학혁신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을 성과지표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학생 선발 방식 역시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수능 위주 정시전형 비율을 30% 이상 늘려야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되돌릴 수 없는 포퓰리즘 정책반값 등록금 정책이 대학 재정을 파탄 위기로 내몰고,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은 대부분의 고등교육 관계자들이 공감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이는 많지 않다. 주요 사립대 관계자들도 “등록금을 다시 올리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경쟁 끝에 탄생한 반값 등록금 정책의 태생적 특성 때문이다.반값 등록금 정책을 처음 제시한 쪽은 보수 정당이었다.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은 2006년 지방선거 때 표를 모으려고 과감한 ‘좌클릭’을 선택했다. 당시 내놓은 반값 등록금 정책을 받아들여 시행한 것도 이명박 정부였다. 진보 정부 역시 ‘표를 잃을 수 있는’ 반값 등록금 정책 포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한계에 다다른 대학들이 곳곳에서 ‘SOS’를 외치고 있지만 정부가 호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국 수십 만 대학생 및 학부모의 비판을 받을 게 불 보듯 뻔해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반값 등록금은 보수와 진보가 합작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NIE 포인트‘반값 등록금’ 정책이 도입된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 11년간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억제한 뒤 나타난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 생각해보자.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토론해보자.

박종관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pjk@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고교 무상교육, 중장기적 재원조달이 먼저 해결돼야
한경 사설 깊이 읽기

고교 무상교육, 중장기적 재원조달이 먼저 해결돼야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 무상교육은 중장기 재원조달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하며, 정부와 교육청 간 재원 분담에 대한 충분한 합의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한국의 공교육은 기초학력 미달, 교과과정 부실화 등으로 심각한 상태이므로, 무상교육 확대보다는 교과과정 정상화와 교육재정 구조조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2019.04.18

전체 모집 인원은 줄었지만 수시 모집은 늘어
2019학년도 대입전략

전체 모집 인원은 줄었지만 수시 모집은 늘어

2019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모집 인원은 감소하는 반면 수시 모집 인원과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학생부 위주 전형과 논술 전형의 비중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특히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 논술, 면접 등 다양한 전형이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시 모집 인원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어 수험생들은 수시 준비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18.01.25

논술은 다양한 과목 아우르는 통섭적 능력 평가 시험이죠
2019학년도 대입전략

논술은 다양한 과목 아우르는 통섭적 능력 평가 시험이죠

논술은 글솜씨가 아닌 제시문을 정확히 읽고 논제의 요구를 파악하여 논리적으로 주장을 전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과목을 아우르는 통섭적 접근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입시 축소 추세와 별개로 논술 공부에 주목해야 한다. 논술 공부는 정확한 독해, 논리적 사고, 논제 파악, 답안 작성의 순서로 진행되어야 하며 자신의 주관적 생각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2018.01.25

상위권 대학 가려면 달라진 입시 포인트부터 알아야
2019학년도 대입전략

상위권 대학 가려면 달라진 입시 포인트부터 알아야

상위권 대학들이 2019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강화하고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융합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서울대는 면접 과목을 개편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데이터 중심의 수치적 사고력을 강조하고, 고려대는 면접에서 논술형 문제를 통해 논리력을 직접 확인하며, 연세대는 활동우수자 전형을 확대하고 논술 100% 전형으로 변경해 글쓰기 능력을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의 창의적 활동, 독서, 사회기여활동을 충실히 하고 논리적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2018.02.01

숙명여대, 논술 60%·교과 40%로 최종 선발… 수능최저는 일부 완화됐죠
20019학년도 대입 전략

숙명여대, 논술 60%·교과 40%로 최종 선발… 수능최저는 일부 완화됐죠

숙명여대는 논술우수자전형으로 302명을 선발하며 교과성적 40%, 논술성적 60%로 최종 합격생을 결정하는데, 올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되었고 합격자 평균 내신이 2.8등급으로 내신관리가 중요하다. 2019학년도부터 공통문항이 폐지되었으나 통합논술의 기본 정신은 유지되며, 현실의 사회문제와 교과서 개념을 연결하는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하므로 탄탄한 독해력과 비판적 사고능력을 갖춰야 한다.

2018.05.31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