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자본 투하량과 생산성에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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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자본 투하량과 생산성에 좌우

생글생글2015.03.19읽기 5원문 보기
#생산성#자본 투하량#자본 축적#시장임금률#완전고용#인플레이션#실질임금#신용팽창

Cover Story - 임금의 경제학…오른다고 반드시 좋을까?

로빈슨 크루소는 어떻게 물고기를 많이 잡게 되었나

미국 노동자 임금이 한국 노동자 임금보다 높은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의 생산성이 한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보다 착한 때문은 아니다. 예를 들어 1시간당 같은 물건을 미국 노동자는 1000개 생산하고, 우리 노동자는 500개 생산한다면, 미국 노동자 임금이 당연히 높다. 국내 기업 간에도 이런 이유로 임금 차이가 발생한다. 임금이 천편일률적일 수는 없다.

로빈슨 크루소와 자본자본과 생산성의 의미를 알기 위해 잠시 로빈슨 크루소를 만나보자. 무인도에 표류한 크루소는 맨손으로 5시간 동안 물고기 10마리를 잡느라 고생했다. 그는 머리를 굴렸다. “그물을 만들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우선 평소처럼 물고기를 잡아서 저장했다. 그물을 만들려면 며칠간 물고기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크루소는 저장해둔 고기를 먹으면서 그물을 힘겹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1시간에 50마리를 잡게 됐다. 그러고도 4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는 고기를 더 잡을 수도 있고, 농사를 지어 생활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이것이 자본 축적과 생산성의 기본 개념이다.

크루소가 도시에 있다고 해보자. 그는 옆집 톰에게 없는 그물을 가지고 있다. 톰보다 그가 잘사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상황을 A기업과 B기업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두 기업의 차이는 그물, 즉 자본투하량에서 비롯된다. A기업이 어떻게든 해서 물고기떼를 감지하는 음파탐지 어선을 가지게 됐다면 상황은 역전된다.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구당 자본 투자를 하거나 근로자의 기술, 숙련도를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길이다. 자본 축적과 자본 유입을 막는 나쁜 규제정책이 없다면 가능하다. 요술 방망이는 없다. 시장임금률과 완전고용임금은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된다.

다른 조건이 없다면 특정 임금에 대한 흥정이 벌어진다. “100만원에 일할래?” “안 한다. 더 달라.” 이런 식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작용한다. 기업도 자기가 원하는 노동력을 얻으려면 기꺼이 높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간혹 기업이 갑이라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꼭 필요한 인재의 몸값은 비싼 법이다. 이런 사람에게 낮은 임금을 주려 한다면 경쟁기업에 인재를 빼앗기게 된다. 거의 모든 임금 수준에서 이 같은 흥정이 발생한다. PC방, 당구장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유노동 시장이라면 수준별 고용이 이뤄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른바 시장임금률이다.

일반적으로 자유노동 시장에서는 완전고용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정부와 강력한 힘을 지닌 노동조합의 개입이 없을 때다. 정부와 노동조합이 압력을 행사해 생산성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면, 기업가들은 굴복할 수밖에 없지만 추가 고용을 꺼리게 되고 급기야 한계상황에 놓이게 된다. 막강한 정규직 노조의 힘에 의해 급격하게 오른 임금이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게 하고, 임금 차이도 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질임금 vs 인플레이션임금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어디까지나 화폐현상이다.

정부가 화폐 발행을 늘리는 등 신용팽창 정책을 취하면 인위적인 호황을 연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고 기업들은 미뤄뒀던 투자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노동력과 원자재 수요가 급증한다. 실업은 줄고 상품 가격 역시 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화폐 단위당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인플레이션 이전에 100원으로 살 수 있었던 일용품을 120원에 사야 한다면 앉아서 손해를 보는 꼴이다. 임금은 같은데 구매력은 저하됐다. 실질임금이 줄었다는 말이 그 뜻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업 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 임금소득자에게 손해를 끼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은 다시 인상된 물가에 맞춰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기업은 고용률을 떨어뜨려서라도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 결과는 물가 상승→임금 인상 요구→신용 팽창→인플레이션 악순환이다. 임금은 누가 지급하나임금은 언뜻 보기에 기업 사장이 지급하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기업 사장도 마음대로 임금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그럼 궁극적으로 누가 임금을 결정할까. 바로 독자 여러분, 즉 소비자다. 사업가는 판매수익을 올려야 겨우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못 팔면 임금을 줄 수 없다. 사업가가 무조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기만 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안 사주면 끝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게 아니라 엉뚱한 것을 만들어 팔 경우, 상품 생산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뿐 아니라 빚더미에 앉는다. 임금은 내려가거나 체납된다. 즉 모든 기업이 매달 지급하는 임금의 크기는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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