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사
김민서**
포트에서 차가 끓고 있다
들꽃을 발로 차고 다니는 몹쓸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손님이 말했다
나는 하얗게 센 민들레를 불지 않고 발로 차서 날려주었는데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당신은 나를 몹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왜인지 그건 내가 그동안 나를 탁월하게 변명해 왔다는 증거 같아요
잎이 움츠러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모사 같은 사람에겐 민감함이 건강함일까요 2019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잎이 움츠러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모사 같은 사람에겐/ 민감함이 건강함일까요’라고 묻는 장면이 눈길을 끕니다. 젊은 여성의 내면 심리와 섬세한 감성 묘사가 돋보이는 시인데, 미모사 잎은 실제로 너무나 민감해서 손만 갖다 대면 금방 움츠러들지요.
제가 미모사를 처음 만난 건 오래전 초여름 날 오후였습니다. 한적한 산길에서 얼떨결에 마주쳤지요. 첫눈에 봐도 참하고 보드라운 모습이었습니다.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했지요. 어디에서 봤을까, 한참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딱히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다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미모사는 손끝을 안으로 오므리더니 아예 손을 밑으로 내려버렸습니다. 무엇엔가 섭섭해서 뾰로통하게 토라진 듯했습니다. 새침한 것 같기도 하고 수줍어하는 것 같기도 했지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잎 접는 풀
미모사는 신경이 예민해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양쪽 잎을 접어버린다고 해서 별명이 ‘신경초(sensitive plant)’입니다. 특별한 자극이 없으면 낮 동안 잎을 펴고 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잎을 닫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잠자는 것 같아서 ‘잠풀’이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미모사(mimosa)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미모스(mimos·흉내 내다)’에서 왔다고 합니다. 잠들거나 죽은 것처럼 흉내를 내는 모습에서 유래한 명칭이지요. 동양에서는 미모사를 함수초(含羞草)라고 합니다. 머금을 함(含)에 부끄러울 수(羞), 풀 초(草). 건드릴 때마다 잎을 접는 모양이 수줍어서 부끄럼을 타는 것 같다 하여 그렇게 부른답니다.
미모사의 ‘민감 본능’은 타고난 듯합니다. 곤충의 날갯짓만 느껴도 잎을 접고, 해충이 제 몸에 내려앉기 전에 벌써 잎자루를 떨어뜨리지요. 이렇게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은 미세한 정전기까지 몸으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곤충이 날갯짓할 때 생기는 전류가 공기를 통해 잎에 닿으면 그걸 알고 즉각 반응하지요. 그렇게 잎을 닫으면 해충의 공격을 당할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잎자루를 떨어뜨리면 해충이 제풀에 놀라 떨어지기도 합니다. 접은 잎을 원상회복하는 데까지는 10~30분 정도 걸립니다.
미모사에게는 비슷한 모습을 지닌 사촌도 있습니다. 저녁마다 잎을 다소곳이 모으고 자는 자귀나무입니다. 둘 다 콩과식물이라 잎이나 꽃 모양이 닮았지요. 다만 자귀나무는 건드릴 때마다 반응하지 않고 밤에만 잎을 닫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모사보다는 덜 예민하지요. 날이 어두워지면 서로 마주 보고 입을 접는 모습이 금실 좋은 부부 같다고 해서 합환수(合歡樹·합쳐서 기쁨을 누리는 나무)라고도 합니다. 예전에 신방 앞이나 정원에 이 자귀나무를 많이 심은 것도 이런 까닭이지요.
이들은 밤낮의 변화와 외부의 위험 요인을 어떻게 알아채는 걸까요. 생물학자들에게 물어봤더니 이들도 몸속에 생물시계를 차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에? 잎에 있다고 합니다. 잎 속의 생체시계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분열이나 기공의 개폐, 단백질과 호르몬 합성, 꽃의 꿀 분비까지 매일 일정 시각에 되풀이하도록 관리해준다니 놀라운 일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