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복싱으로 단련된 '바다 사나이'
"이상은 높게 마음은 넓게 가져라"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62)을 만나기 전엔 선입관이 있었다.
합기도와 복싱으로 단련한 '35년 바다 사나이'란 경력 때문에 '보나마나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거친 남성이겠지'란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접해본 박 사장은 정이 넘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단정한 옷 차림에 날카로운 눈매는 단순한 '바다 사나이'가 아닌 세계적인 해운업체를 이끄는 CEO(최고경영자)임을 실감케 했고,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박식함에는 간단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하지만 박 사장의 유년시절은 그렇게 평온하지만은 않았다.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던 해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부산으로 피난을 가야만 했다.
고단했던 피난생활을 접고, 다시 서울로 올라온 건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되는 해였다.
사투리가 익숙해진 그는 '서울 깍쟁이'들과 좀처럼 친해지지 못했다.
'촌놈' 박정원은 요즘 말로 '왕따'였던 셈이다.
외로움에 힘겨워하던 그는 자전거를 자주 탔다.
그러던 어느날, 1~2살 정도 나이 많아 보이는 형이 박 사장의 자전거를 빼앗아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다.
한참을 쫓아가 붙잡았지만, 자전거를 쉽게 내줄 태세는 아니었다.
한참 옥신각신하는데, 마침 길을 지나던 대학생이 자초지종을 듣고 해결해줬다.
하지만 박 사장의 마음 속엔 자전거를 빼앗은 이름 모를 형에 대한 미움이 싹텄다.
이것이 그가 무술을 익히게 된 계기가 됐다.
박 사장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권투 도장을 찾았다.
"그 형을 한번 혼내려주려고 권투 도장에 들어갔어요.
당시만 해도 권투도장엔 선수지망생이 많았어요.
스파링하면서 엄청 맞았지요.
그런데 아프지가 않더라고. 오히려 맞을수록 '저 놈이랑 다시 대련해야지'란 생각이 들더군요.
열심히 했더니 관장이 저한테 '너 권투선수 될 수 있어.키워줄게'라고 할 정도까지 되더군요.
자전거 뺏은 형과는 이후 아주 친해져서 지금도 자주 만나요.
그 형도 현재 유명기업 CEO로 일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