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교수의 대한민국 기업가 이야기 (23) 정몽구와 품질 기적
한국경제 이끄는 기업·기업인

김정호 교수의 대한민국 기업가 이야기 (23) 정몽구와 품질 기적

생글생글2017.07.06읽기 5원문 보기
#정몽구#현대자동차#품질 경영#라인스톱제#무상보증 (10년 10만 마일)#신차품질조사 (IQS)#모듈화#글로벌 생산 체제

미국 방송이 "현대車 품질 형편 없다" 조롱하자

'10년·10만 마일' 보증 승부수…작년 품질 1위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kim.chungho@gmail.com

■기억해 주세요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품질이 나쁜 차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의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면 품질을 끌어 올려야 했다. 정몽구 회장은 품질 혁신에 사활을 걸었고 그 결과 세계 5위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1998년 현대자동차는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정몽구가 새로운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장이 됐지만 기쁨에 취할 수만은 없었다. 현대자동차의 품질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신차 품질조사를 하면 현대자동차가 단골 꼴찌였다. 코미디의 소재가 될 정도로 품질이 형편없었다.‘현대차가 80마일 이상 달릴 수 있나’

정몽구 회장 미국의 인기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의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은 다음과 같은 말로 현대차를 조롱했다. “현대자동차를 80마일(128㎞) 이상 달리게 하는 방법은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것뿐이다.”이러다가는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 판이었다. 회장이 되자마자 전 직원에게 품질 경영을 선언했다. 품질을 경영의 최우선으로 삼았다. ‘라인스톱제’를 도입했다. 불량이 발견되면 생산라인 전체를 멈추게 하는 제도였다. ‘오피러스’의 소음을 잡기 위해 수출품 선적을 40일간 미루기까지 했다.정몽구는 자동차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맡은 첫 일이 전국을 돌며 고장 난 현대차를 고쳐주는 것이었다. 나중에 사장직을 맡았던 것도 현대자동차서비스였다. 자동차가 왜 고장이 나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현장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 경험을 가지고 그는 생산현장을 누볐다. 사장과 고위 임원들에게도 현장으로 내려가서 노동자들과 호흡을 같이하게 했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큰 모험을 강행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무상보증기간을 10년 10만 마일로 늘린 것이다. 그전까지는 3년 5만 마일이었다. 사람들은 현대차가 3년도 못 넘기고 망할 거라고 수군거렸다. 막대한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모듈화로 품질 향상하지만 세간의 예상은 빗나갔다. 수리비가 아니라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품질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제이디파워(J D Power)사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현대차는 2000년 37개 사 중 34위였지만 2004년 38개 사 중 7위, 2006년 3위로 뛰어오른다. 2016년에는 포르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돌이켜보면 10년 10만 마일 무상보증은 배수의 진이었다. 1999년 당시의 품질로는 망하는 선택이었다. 망하지 않으려면 수리비가 들지 않도록 품질을 높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 작전이 성공했다.모듈화도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자동차 생산은 2만~3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 부품들을 완성차 업체가 받아서 직접 조립했다. 모듈화는 개별 부품을 직접 납품받는 대신 섀시, 운전석, 도어 등 6~7개의 덩어리(모듈)로 조립해서 납품하게 하는 방식이다. 완성차업체는 그 모듈만 조립하면 된다. 이 방식 덕분에 품질은 높이고 원가는 낮출 수 있었다. 원래는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이 1990년대 시작했지만 이제는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기로에 선 자동차 산업 경쟁력현대·기아차의 품질이 향상되고 해외 수요 기반이 탄탄해지자 글로벌 생산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이어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중국 등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현대·기아차는 연산 800만 대(2016년) 규모, 세계 5위의 자동차 기업이 됐다. 지난 20년간 가장 성공적으로 성장을 이룬 자동차 메이커가 현대자동차다. 자동차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서 현대제철을 세웠고 법정관리 중이던 현대건설도 인수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 회장이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현대자동차가 망할까봐 걱정했다. 정 회장은 그럴 정도로 어눌해 보였다. 그런 그가 세계가 놀라는 성공을 이뤄냈다. 경영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임을 입증한 셈이다.이제 자동차산업은 커다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가 아는 자동차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자동차를 내놓았고 테슬라는 전기차로 세상을 매혹시키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기적을 일으켜온 정 회장은 지금 어떤 모험을 계획하고 있을까.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kim.chungho@gmail.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삼성전자 510명·하이닉스 100명 등 총 690명…의·약학 계열 이어 자연계 최상위학과 발돋움
2024학년도 대입 전략

삼성전자 510명·하이닉스 100명 등 총 690명…의·약학 계열 이어 자연계 최상위학과 발돋움

삼성전자 510명, SK하이닉스 100명 등 총 690명을 선발하는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가 취업 보장과 장학금 혜택으로 의·약학과에 이어 자연계 최상위 학과로 부상했다. 2024학년도에는 14개 학과가 선발하며, 학생부종합(64.8%)을 중심으로 정시(23.2%), 논술(7.1%), 학생부교과(4.9%) 순으로 모집한다. 과학기술원은 수능 영향력이 낮지만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이 47.2%를 차지해 학생부 준비가 중요한 반면, 연세대·고려대는 수능이 60~70% 반영되어 수능 성적이 필수적이다.

2023.06.01

주요대 선발 750명 중 삼성전자 취업이 520명, 자연계 최상위과 떠올라…학생부 62.4% 선발
2025학년도 대입 전략

주요대 선발 750명 중 삼성전자 취업이 520명, 자연계 최상위과 떠올라…학생부 62.4% 선발

2025학년도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 입시에서 총 750명 중 삼성전자 520명(69.3%)이 가장 많이 선발되며, 반도체학과 등이 자연계 최상위학과로 부상했다. 선발 유형은 학생부종합 62.4%, 정시 23.6% 등으로 구성되며, 정시에서는 수학과 과학의 반영 비중이 높다. 과학기술원 4곳은 수능 영향력이 낮은 대신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이 평균 51.3%를 차지해 학생부 기록이 풍부해야 한다.

2024.05.30

차세대 친환경차 대세는 전기차·수소차...
Cover Story-헷갈리는 친환경차 기준

차세대 친환경차 대세는 전기차·수소차...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차 등으로 나뉘는데, 전기차는 충전시간이 길고 주행거리가 짧은 반면 수소차는 충전이 빠르고 주행거리가 길지만 가격이 비싸고 충전소가 부족하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해 움직이는 수소차가 궁극의 친환경차로 평가받지만, 전기차의 대중성과 기술적 용이성으로 인해 두 기술 중 어느 것이 미래의 주류가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2018.05.03

주요대 '수능100'으로 160명 선발…가군에서 112명, 지난해 국수탐 백분위 평균 합격선 97.7~93.3점
2024학년도 대입 전략

주요대 '수능100'으로 160명 선발…가군에서 112명, 지난해 국수탐 백분위 평균 합격선 97.7~93.3점

주요대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는 2024학년도 정시에서 총 160명(가군 112명, 나군 28명, 군외 20명)을 수능 100%로 선발하며, 수학과 탐구의 반영 비중이 높고 영어는 낮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합격선은 97.7~93.3점으로 의약학 계열에 버금가는 자연계 최상위 그룹 수준이며, 수시 이월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23.12.07

가난한 나라를 세계 경제강국으로 이끈 한국의 기업가 정신
커버스토리

가난한 나라를 세계 경제강국으로 이끈 한국의 기업가 정신

한국은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대기업 창업주들의 기업가 정신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회장 등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산업을 발굴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독자 기술 개발에 도전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을 일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표가 급락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어, 과거 산업 영웅들의 정신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2010.02.17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