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박지원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 하룻밤 아홉 번 강을 건너며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朴趾源)은 청나라 고종의 칠순연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된 사신 일행의 수행원으로 중국에 다녀온 견문을 「열하일기(熱河日記)」에 기록했다.
그 중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는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면서 느낀 감회를 적고 있는데, 실제로 강을 아홉 번 건넜다기보다는 '아홉 구(九)'를 숫자의 의미보다 '많다'나 '지극하다'의 상징어로 봐서 강을 아홉 번 건넌 고난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박지원은 물은 늘 똑같이 흘러가고 물이 흘러가는 소리 또한 변함이 없으나 때로는 청아하게 혹은 두렵게, 또는 운치있거나 쓸쓸하게 느껴진다고 하였다.
듣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라도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다음 제시문을 읽고 올바른 인식이란 무엇이며,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써 보자.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술 문제에 답하시오.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 나와 바윗돌에 부딪혀,다투는 듯 거세게 흐른다.
놀란 듯한 파도,성난 듯한 물결,애원하는 듯한 여울물은,내달아 부딪치고,휘말려 곤두박질치며 울부짖고 고함치는 듯하여,항상 만리 장성을 쳐부술 듯한 기세가 있다.
전차(戰車) 만 대,전기(戰騎) 만 필,전포(戰砲) 만 문,전고(戰鼓) 만 개로써도,무너져 덮쳐 내리는 듯하는 소리를 충분히 형용(形容)하지 못할 것이다.
모래밭에는 거대(巨大)한 돌들이 우뚝우뚝 늘어서 있고,강둑에는 버드나무들이 어두컴컴한 모습으로 서 있어서,흡사 물귀신들이 다투어 나와 사람을 업신여겨 놀리는 듯하고,좌우에서 이무기들이 사람을 낚아채려고 애쓰는 듯하다.
어떤 사람은 이 곳이 옛 전쟁(戰爭)터이기 때문에 강물 소리가 그렇게 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런 때문이 아니다.
강물 소리란,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마음이 물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귀가 그렇게 소리를 만들어 주었을 뿐이다.
나의 집은 산중에 있는데,바로 문 앞에 큰 시내가 있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어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시냇물이 갑자기 불어나 전차(電車)와 전기(戰騎)와 전포(戰咆)와 전고(戰鼓)의 소리를 노상 듣게 되니,마침내 귀탈이 날 지경이었다.
일찍이,나는 문을 닫고 누운 채,그 소리를 다른 소리들에 비기어 들은 적이 있다.
솔숲에 바람이 불 때에 나는 듯하는 소리,이것은 청아(淸雅)한 듯하다고 생각하면서 들은 것이다.
산이 갈라지고 언덕이 무너지는 듯하는 소리,이것은 격분(激奮)해 있는 듯하다고 생각하면서 들은 것이다.
뭇 개구리들이 다투어 우는 듯하는 소리,이것은 교만(驕慢)한 듯하다고 생각하면서 들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