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시간은 밤 12시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잠을 청할 수 없다. 오히려 정신을 차리고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흔한 밤 풍경이다. 이들은 밤 12시가 되어도 잠자리에 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그날 제시한 거래를 마감하고 내일 거래될 새로운 상품을 등록하는 시간이 자정이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소비자들이 대기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초조하고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할인가에 사지 못할까 걱정돼 초조하고, 내일은 어떤 상품이 얼마나 착한 가격에 선보일지 기대돼 두근거린다.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마음이 이들과 같을까. 이처럼 소셜커머스의 밤은 낮보다 분주하고 요란하다. 마치 고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처럼.
그루폰 등은 ‘가격차별’
소셜커머스는 특정 상품의 구매자 수가 목표 이상이 되면 해당 상품을 싼값에 제공하는 전자상거래의 일종으로, 2008년 미국의 온라인 할인업체 그루폰(Groupon)의 등장을 계기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루폰은 구매량이 정해진 기준을 초과할 경우 정상가보다 인하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런 거래 방식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전 세계적인 소셜커머스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루폰이 구상하고 시행한 소셜커머스라는 거래 방식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차별이란 동일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컨대 100원밖에 없는 사람에게는 100원에 상품을 팔고, 500원을 지급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게는 5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이런 가격차별은 시행 방법에 따라 1~3급으로 구분되는데, 모든 소비자에게 그들이 지급할 용의가 있는 최고의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1급 가격차별’이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1급 가격차별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 현실에서 실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들의 지급용의가격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설사 가능해도 파악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실에서는 주로 상품이나 소비자를 구분하는 형태의 가격차별이 시행되고 있다.
구입자·구입량 따라 다른 가격
상품을 구분하는 가격차별은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의 구입량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거나, 일정 기준에 따라 구분한 상품의 단위별로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가격차별을 일컬어 ‘2급 가격차별’이라고 하는데, 마트에서 라면을 여러 개 묶어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한 통화시간이나 데이터 사용량을 일정 구간으로 나누어 가격을 달리 매기는 이동통신요금과 좌석 등급에 따라 다른 가격이 책정되는 공연장 티켓도 2급 가격차별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품 대신 소비자를 구분하는 방식은 ‘3급 가격차별’이라고 한다. 3급 가격차별은 소비자의 가격에 대한 민감도, 즉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기준으로 한다. 여행을 목적으로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은 항공권 가격에 민감하고, 예약도 조기에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출장을 목적으로 하는 승객은 정해진 날짜에 비행기를 타는 것이 우선이므로 가격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고, 출발 일에 임박해 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항공사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특성을 기준으로 동일한 등급의 항공권 가격을 달리해 판매하고 있는데, 이런 판매 방식이 3급 가격차별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놀이공원의 야간입장 요금, 영화관의 조조할인, 마트의 쿠폰발행 등이 3급 가격차별의 대표적인 예다.
한편 소셜커머스는 전체적인 거래 관점에서 보면 2급 가격차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정해진 구매 인원을 채워야 가격을 할인해 주는 소셜커머스는 구매 인원이 구매 수량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묶음 판매 시 가격을 깎아주는 2급 가격차별과 닮아 있다. 하지만 3급 가격차별의 속성도 가지고 있는 것이 소셜커머스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할인이 주된 목적인, 가격에 민감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즉, 소셜커머스는 정상가격에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가격을 제공해 소비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3급 가격차별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