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재화를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로 경제재(economic goods)와 자유재(free goods)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재란 희소성으로 인해 얼마만큼 구매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등에 대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재화, 다시 말해 경제학적 논의가 필요한 재화를 경제재라 부른다.
여기서 희소성이란 부족함을 뜻하는데, 단순히 특정 재화의 절대적인 양이 많고 적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자원은 한정된 데 반해 우리의 욕구는 무한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인가 선택하기 위해서 동시에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경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처럼 욕구에 비해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희소성이라 부른다. 이런 희소성에 놓인 재화들을 경제재라 부르는 것이다.
반면, 값을 치르지 않고도 누구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물건을 ‘자유재’’라고 한다. 우리가 늘 들이마시는 공기나 온 세상을 따뜻하게 비춰 주는 햇빛 같은 것이 바로 자유재에 해당한다.
이런 경제재와 자유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경제재였던 재화가 자유재로 변화하기도 하고, 자유재였던 재화가 경제재로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자유재에 가까웠던 것이 지금은 금보다 비싼 고가의 물건으로 변한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씨앗’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미래산업
씨앗이 금보다 비싸다는 것은 씨앗 가격이 고가라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거래 가격이 금보다 비싸다. 최근 금 1g의 가격은 5만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그런데 토마토 씨앗 1g의 가격은 15만원 내외다. 최근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파프리카 역시 g 당 1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야말로 길 가다 금과 씨앗 두 개가 떨어져 있으면 금보다 씨앗을 먼저 주워야 할 상황이라 할 것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농사를 지을 때는, 씨앗을 인근 농가로부터 공짜로 얻거나 아니면 자연상에서 적출해 농사를 지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말로 씨앗은 원하면 언제든지 얻을 수 있는 자유재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씨앗은 비싼 로열티를 내며 구매해야 할 고부가가치의 재화가 되었다.
일견 씨앗은 한번만 구매하면 그 다음 해부터는 자신의 농작물 내지 열매에서 적출하여 사용하면 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의 수확물에서 나온 새끼 씨앗 내지 새끼 종자를 재활용할 경우, 어미 종자와는 다른 유전적 특성이 섞여 있어 당초 기대하는 정상적인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때문에 계속해서 다시 씨앗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씨앗과 관련된 산업을 종자산업이라 한다. 현재 세계 종자산업 규모는 40조원대에 이르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해 왔으며, 지금도 연평균 5% 정도의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해 가고 미래 산업 중 하나다. 현재 전 세계 종자산업은 10여개의 다국적 기업이 전체 시장의 67% 정도를 장악하고 있고, 이들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일례로 대표적인 글로벌 종자 회사인 몬산토의 경우, 일반인들인 몬산토 등의 기업명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몬산토는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등에 3년 연속 선정될 만큼 국제적으로 많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종자산업이 내포하고 있는 경제성과 부가가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토종 작물의 높은 부가가치
그렇다면 이런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인 종자산업에서 우리는 어떠한 위치에 놓여 있을까? 한국이 국제 종사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우리는 종자산업 분야에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수천년 동안 우리 토양에서 자생적으로 생존해 오면서 독특한 유전적 형질을 담고 있는 토종작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제적인 상품화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토종 작물과 씨앗이 어떤 부가가치를 담고 있는지를 일찍부터 자각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