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자산평가 회사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한국 연예인들의 부동산 및 주식 보유 순위였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부동산, 주식 합산액, 부동산 및 주식 각각의 보유액 순위에서 모두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성공 기반은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같은 가요 기획사의 설립과 도약이다. 무엇보다 이들 가요기획사의 등장은 가수의 양성 방식을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과거에 가수란 이미 춤과 노래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 인기를 얻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나타난 대형 기획사는 가수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재능 있는 사람을 발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이미지를 먼저 계획하고 이에 맞는 사람을 찾아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방식의 등장과 연이은 성공은 연예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돼 가수 양성에 활용되던 방식이 탤런트, MC 등에도 적용됐다. 또 이미지를 기획하는 방식 역시 다양해져 가수는 노래만, 탤런트는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 한 사람이 모두를 소화할 수 있게 훈련됨으로써 영역 간의 경계가 사라졌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연예인 한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예기획가’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며 새롭게 생겨난 직업이다.
대중의 취향 읽는 ‘마술사’
연예기획가란 연예인을 만들 내는 사람들이다. 구체적으로 대중의 취향을 한발 앞서 읽어내 목표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예인을 기획·훈련·관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이수만, 양현석 대표와 같은 연예기획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인기를 얻는 연예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중을 읽어내는 경험과 안목, 그리고 전문지식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연예기획가라는 직업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다보니 처음에는 현장에서 매니저 업무부터 시작하며 직접 부딪혀 배워야 했다. 연예기획사 대표 가운데 매니저 출신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연예인 부자 순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기획가로서의 성공은 개인과 회사 모두에 많은 부를 가져다줬다. 하지만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이들 개인으로서의 성공과 연예기획가로서의 성공은 그 방식이 상반됨을 알 수 있다. 이는 투자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재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란 금융수입을 얻기 위해 구입한 자산, 즉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과 같은 자산 구입에 낸 금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해 이득을 얻는 행동을 의미한다. 경제 교과서에서 투자의 기본은 문어발식 투자라고 설명한다. 투자를 위해 구입하려는 자산마다 돈을 잃을 가능성(위험성)과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수익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자산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위험을 가진 다양한 자산에 나누어 투자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지만,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자산은 위험성도 큰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익성과 위험성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결국 사람들은 고민 끝에 어느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자산을 혼합해서 보유하게 된다.
‘위험 분산’ 위한 아이돌 그룹
이수만 대표와 양현석 대표 개인의 성공은 전통적인 방식에 따른 투자의 좋은 예다. 이들은 투자 대상으로서 부동산 혹은 주식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둘 모두를 적절한 비율로 선택해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 부동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주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설명하는 문어발식 투자, 즉 ‘분산투자’다. 그리고 분산투자된 여러 자산들의 조합을 가리켜 ‘포트폴리오’라고 부른다. 이 포트폴리오 안에 어떤 자산이 어떤 비율로 섞여 있느냐에 따라 다른 수익성과 위험성의 조합이 형성되는 것이다. 모 증권회사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CF의 카피문구는 분산투자 이론을 적절하게 표현해준다.
하지만 이들은 연예기획가로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 위험을 분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 구체적 형태가 바로 ‘아이돌 그룹’이다. 기획사에 의한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그룹 ‘H.O.T’가 나오면서부터다. 이전에도 ‘소방차’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었지만 특정 콘셉트를 염두하고 기획된 그룹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와 다르다. 당시 H.O.T와 함께 젝스키스, 신화 등 기획형 아이돌 그룹이 대거 등장하면서 가요계는 큰 호황을 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