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유명 만화사이트 ‘도그하우스 다이어리’는 나라별 대표분야 세계지도를 만들어 공개했다. 네덜란드는 ‘가장 키 큰 나라’, 미국은 ‘노벨상 수상자와 잔디깎기 중 사망’과 같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것들로 만들어진 이 지도에서 한국을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일중독(workaholics)’이었다.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을 대표하는 특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었다.
불과 50여년 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경제규모(GDP) 세계 15위, 교역규모 7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우리나라의 ‘일중독’ 성향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는 OECD 통계는 한국의 일중독 성향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취업자당 노동생산성 순위는 34개 OECD 국가 중 23위에 불과하다. 연평균 근로시간 순위가 두 번째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비효율적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연간 2000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은 더 이상 국가 경제의 발전에 온전히 기여하는 요인으로 간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효율적인 근로현황은 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 개인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단지 일을 덜 하고 여가를 많이 누리기 위함이 아니라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 것이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장기적인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 여유 없이 개인적인 삶의 안정을 꾀하기란 쉽지 않다. 항상 여가시간이 넉넉하면서도 이를 누리기에 충분한 급여를 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연중에 근로시간이 긴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가 나누어져 있어서 일정한 여가시간의 확보와 경제적인 여유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직업이 있다면 일과 삶의 질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떠올릴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세무사다.
'조세전문가'로 세금 컨설팅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르면 세무사는 ‘개인이나 기업 등을 대리하여 납세 신고서를 작성하고 부당 납부고지서에 대해 세무서에 이의를 신청하며, 세금 환급신청과 과세문제에 대해 상담’하는 직업이다. 즉, 세무사는 의뢰자의 위임을 받아 회계장부나 세무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를 대신하는 세무대리인으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부당고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비롯하여 환급과 과세문제 등 세금 전반에 대해 컨설팅을 하는 조세전문가다.
현실에서 세금은 복잡하지만 세무사들이 주로 담당하는 세금은 소득세와 소비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소득세(income tax)는 법인이 내는 법인소득세와 개인사업자에게 해당되는 개인소득세로 구분된다.
한편 소비세(consumption tax)는 지출을 통해 소비할 때 내는 세금으로서 종류로는 대표적으로 부가가치세가 있다. 일반적으로 판매상품 가격의 10%로 책정돼 부과하게 되는데, 징세 시점에서 소비자의 소득수준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상품 한 단위당 일정한 세율을 책정해 징수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소비는 소득이 다섯 배로 증가해도 동일한 비율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이 높을수록 소득 1원당 지출하는 소비세는 감소하는 셈이 된다. 즉 소비세는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역진성을 갖는다. 그러나 소비세를 상대적으로 덜 납부하는 고소득층은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통해 저소득층보다 더 많은 세부담을 지게 된다. 다시 말해 소득세는 누진성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한 국가의 소득 1원당 세금납부 규모는 소득세의 누진성과 소비세의 역진성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출강·학업 등 다양한 활동
특정 기간에 유난히 바쁜 세무사의 직업 특성과 직결되는 원인은 이들 세금의 납부 기한에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 그리고 소비세인 부가가치세의 납부기한이 모두 상반기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법인세는 3월이 기한이며 종합소득세는 5월, 그리고 부가가치세는 1월과 7월로 그 납부기한이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세무사들은 연초부터 시작해 여름 직전까지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업무 특성이 이렇다 보니 세무사들의 하반기 활동은 다양하다. 비교적 여유로워진 하반기에는 가족과의 여행을 계획하기도 하고, 한 단계 높은 도약을 위해 학업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태우기도 한다. 실제 약 1만명의 세무사 중 석·박사 소지자가 10%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 출강해 후학을 양성하기도 한다. 또한 ‘세무사 석·박사회’를 만들어 매년 한 차례 세무사제도의 발전을 위한 정기적인 연구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기에 집중된 세무 일정으로 인해 하반기에는 업무에서 벗어난 다양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