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공연예술도 단순히 예술적 차원을 넘어 일종의 상품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흔하다. 공연예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상당한 비용과 인력, 노력 등이 투입된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공연예술에 대한 경제적 접근은 1960년대 미국와 유럽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이후 이 같은 시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경제학적 접근은 먼저 공연예술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 재화인지에서부터 시작한다.
먼저 공연예술 역시 서비스 상품이기 때문에 서비스재가 가지는 고유의 특성을 동일하게 나타낸다. 무형의 재화이며, 공연예술과 이를 수행하는 연기자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역시 일반적인 서비스재의 특징과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매번 제공될 때마다 구체적인 서비스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공연을 수행하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매번 일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재'로서의 공연예술
공연예술은 이러한 서비스 재화로서 공통적인 성질뿐만 아니라 몇 가지 독특한 속성을 갖고 있다. 먼저 일반적인 서비스재와 달리 제품으로서의 수명이 한정적이다. 공연예술은 상연기간이 정해져 있다. 일반적인 서비스재와 달리 특정 시점에서만 소비가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공연예술은 제품의 품질을 측정하기 어렵다. 관람객들이 공연예술을 평가할 수 있는 수준까지 비슷한 공연을 반복해서 보면서 훈련되지 못했다는 측면이 중요하다. 실제로 클래식, 발레, 오페라 등을 대상으로 한 관객 조사를 살펴보면 관람객 상당수가 처음 공연을 관람했다.
경제학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이 소비한 제품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제품을 신용재(credence goods)라고 부른다. 신용재는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판단할 정확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해당 제품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게 형성돼, 해당 제품을 소비한다 하더라도 제품에 대한 품질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말한다.
공연예술을 기획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런 특성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일련의 행위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것은 공연 예술 자체가 아니라 공연 예술을 둘러싼 일련의 환경을 통해 전개된다.
소비자들의 평가를 돕기 위한 첫 번째 장치로 공연 장소를 들 수 있다. 우리가 공연예술을 관람하러 갈 때, 단순히 공연을 보러 간다기보다는 우아한 공간에서 품위 있는 휴식을 누린다는 자부심도 만끽하고자 하는 바 크다.
두 번째 장치로는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프로그램 내지 카탈로그가 있다. 프로그램과 카탈로그에는 해당 공연에 대한 전문가의 평론과 공연 수행자에 대한 각종 수상경력 등이 기재돼 있다. 프로그램이나 카탈로그를 통해 이러한 일련의 정보를 읽은 독자들은 당연히 해당 공연의 가치를 한층 높게 평가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는 관람객이 공연을 관람하고 어떤 감동과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기 위해 해당 공연에 대한 감상 포인트 등을 수록해 두고 있다.
소비자 평가가 어려운'신용재' 세 번째 장치로는 일시적으로 향유하는 공연이라는 소비를 지속적으로 간직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연 관련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공연에 대한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은 고급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공연 관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고가의 관람료를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기념품 사업은 공연 자체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관람료 이외의 추가적인 부가수입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층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 밖에도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이나 기타 편의시설, 공연장 직원들의 복장과 태도 등을 통해서도 해당 공연에 대한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 고급 공연예술이 상연되는 장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마치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비슷한 복장을 착용하고 깍듯한 태도로 관객들을 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 또한 앞서 제시한 일련의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