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닻을 올린 해리 포터 시리즈는 2007년 마지막 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공개됨으로써 10년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67개 언어로 번역되어 4억500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워너 브러더스(Warner Bros.)에서 제작한 영화 시리즈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정부보조금을 받던 가난한 이혼녀 조앤 K 롤링(J. K. Rowling)이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으로 인해 엘리자베스 2세보다도 더 큰 부자가 되었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 부패로 얼룩진 마법부 해리 포터 시리즈가 국경을 초월하여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작품 전반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법사의 학교 호그와트(Hogwarts)와 가상의 스포츠 퀴디치(Quidditch), 모두가 두려워하는 어둠의 마법사 볼드모트(Voldemort) 등은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의 흥미를 끌기에도 충분하다.
이외에도 흥미로운 소재들은 많지만 필자의 눈길을 가장 끌었던 것은 마법부(Ministry of Magic)라는 조직의 존재다. 런던 지하에 위치한 마법부는 마법사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관장하는 정부기관으로, 마법부 장관은 수상만이 만날 수 있다. 마법부는 시리즈의 첫 작품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부터 언급이 되며,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 처음으로 내부가 공개된다.
마법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나라 이곳저곳에 아직도 마녀·마법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머글(Muggle·마법사 사회에서 인간들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업무는 죄를 지은 마녀·마법사들을 체포하고 그 죄를 다스리는 것인데,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법부는 부패로 얼룩지고 무사안일이 일상화돼 있다. 또한 어둠의 세력과 결탁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악한 마법사들을 규제해야 할 마법부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쩐지 우리 모두에게 낯설지가 않다. 현실에서도 정부의 규제기관들이 본래 목적을 망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피규제자가 규제자를 포획?
198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티글러(George Stigler·1911~1991)는 정부의 규제를 분석대상으로 하는 규제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스티글러는 1960년대 초부터 규제정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고, 1971년 <경제 규제의 이론>(The theory of economic regulation)이란 논문을 발표하여 ‘포획 이론’(capture theory)’으로 명명되는 독특한 모형을 제시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포획한다는 것일까?
포획이론에서 포획을 당하는 주체는 규제자이고, 포획을 하는 주체는 피규제자이다. 피규제자가 규제자를 포획하다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는 규제자가 피규제자를 포획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그런데 왜 반대의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정부의 각종 규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며, 규제권한을 부여받은 규제기관이 규제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규제기관은 피규제자가 없으면 조직과 인력이 유지될 수 없다. 그리고 피규제자는 일반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나 특정 이익집단인 경우가 많다. 피규제기관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제기관에 로비를 할 수밖에 없고, 규제기관은 피규제자를 보호하고 그들과 협력하는 곳으로 바뀌게 된다. 이로 인해 일반 개인의 이익은 결국 무시되고 만다. 즉 규제정책은 실제로는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와 포획이론
스티글러에 의하면 규제정책의 도입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에 대한 의회의 반응을 상징하는 것일 뿐이다. 스티글러는 소비자를 위해 가격과 투자정책을 규제하는 기관들이 본래 목적과 달리 생산자를 위해 활동한다고 지적했으며, 이는 포획현상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결국 포획현상은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의 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스티글러의 포획이론은 올해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나라에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금감원은 금융감독권을 쥐고 있는 기관으로서 저축은행의 부실과 비리를 철저히 단속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실태를 파헤쳐보면 스티글러 포획이론이 그대로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