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소설 '어둠의 그늘' 중에는 '인간이란 예측할 수 없는 앞날에 대해 얼마나 나약하고 비논리적이 되는지…'라는 대목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특히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점을 애용(?)한다.
나는 전공이 경영학이기 때문에 가끔씩 유망 직업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농담으로 미래 유망직업 중 하나가 역술가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을 치는 일이 정보 산업,첨단 과학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일과 어떻게 어깨를 나란히하는 유망 직업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순위 면에서는 당연히 역술은 꼴찌에 가깝다.
그러나 역술은 전문 자영업(?)으로서 사업에 유리한 여러 가지 조건을 갖고 있다.
유망한 직업은 우선 그 직업이 파는 상품(혹은 서비스)에 대해 수요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점을 보려는 사람들,즉 역술에 대한 수요는 현대문명 사회 속에서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입시철 신정 구정 등 운세의 성수기뿐만 아니라 각종 선거로 인한 특수도 있고 또한 개인의 사회 경제 정치적인 고민은 사철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므로 점에 대한 수요는 불경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점성술의 역사나 주역(周易)이 씌어진 시기 등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꽤 오래 전부터 운명적인 것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명론적 사고,즉 운명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운명을 미리 엿보고 싶어하는 욕망을 오래 전부터 갖게 한 것이다.
복잡하고 다원화한 현대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그런 욕망은 무언가 기댈 곳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의 고(故) 이병철 회장이 공장 부지를 물색할 때 반드시 지관과 동행했다든지,신입사원 채용시 관상을 따졌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 특유의 현상만은 물론 아니다.
미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사원을 뽑을 때 고용 조건으로 골상 검사를 받도록 요구했고 또 결혼하려는 많은 예비 부부들이 골상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백악관에서 아내 낸시와 함께 점성가를 만난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지난 20년간 거액을 들여 심령술사들을 고용했다는 사실도 최근에 밝혀졌다.
그러나 역시 역술에 대한 수요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일류 국가 중 하나일 것이다.
신년운수 입시 결혼 선거 작명 사업확장 빌딩위치 대리점위치 개업일 이삿날 묘자리 등등 운세를 따지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수요가 넘쳐나는 시장(市場)인 역술은 유망 직업으로서의 필요 조건을 만족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둘째는 상품(점)을 파는 일이 상대적으로 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