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책임지고 전문경영인이 앞장서 승승장구
전문가들은 삼성의 성공 비결을 '한국식 소유경영의 승리'라고 풀이하고 있다.
삼성전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 삼성중공업 등 모든 계열사가 고른 실적개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 주된 원인이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가 책임지고 전문경영인이 앞장서는 '한국형 오너십'으로 경영체제가 발전하면서 공격경영으로 위기에 대응한 것이 삼성의 저력으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인 사업 지휘가 불황을 넘을 수 있는 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 체제로만 보면 삼성은 오너경영 체제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점이 많다.
삼성을 이끌었던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초 삼성특검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삼성쇄신안을 발표하며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로 불렸던 전략기획실도 이 전 회장의 퇴진과 함께 해체됐다.
이 전 회장의 자리를 메운 것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삼성 각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삼성사장단회의였다.
이재용 전무는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 주요거래처를 만나며 해외시장을 챙기기 시작했고, 사장단회의에서는 계열사간의 중복사업 조정을 도마에 올리며 사업 정리를 해나갔다.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섰지만 기업문화 차원에서의 영향력은 유효한 것도 삼성만의 특징이다.
최근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 지펠 양문형 냉장고 폭발사고가 일어나자 크게 화를 냈다.
수십년간 공들여온 품질경영 기조가 한번에 무너진 데 대한 진노였다.
그는 1994년 휴대폰에 문제가 발생하자 500억원에 달하는 휴대폰 팩시밀리 등 정보통신기기를 공장 앞마당에서 모아놓고 모두 불태우기도 했다.
삼성에서 품질문제는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었다.
냉장고 사건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진노가 전해지면서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21만대에 달하는 냉장고 리콜을 선언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사장단 회의를 중심으로 삼성의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삼성 시스템 속에는 이병철 선대회장을 비롯한 오너들이 오랜 시간 정립해놓은 경영철학이 묻어 있다"고 설명했다.
⊙ 미국식 전문경영인 시스템의 그늘 불황을 거치며 한국식 오너경영이 주목을 받은 것과는 달리 미국식 전문경영인 시스템은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도록 하는 미국식 시스템은 철저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오너의 전횡을 막는다는 장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바람직한 지배구조의 모범으로 꼽혔었다.
사외이사들을 두고 투명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분명 장점이었지 '실적=보상'이라는 전문경영인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문경영인들이 자리 보전과 보상에 급급해 단기적인 성과 내기에만 집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