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양균·신정아 드라마
지난해 온 나라를 들었다 놓았던 신정아 사건은 변양균 전 장관과 신정아씨의 염문으로 가닥이 잡혔다.
변씨와 신씨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설명 하나로 모든 그림이 짜맞춰졌다.
신씨가 무엇을 믿고 그렇게 대담하게 행동했는지, 변씨가 무엇 때문에 젊은 여성의 뒤를 돌보았는지 말이다.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는 변씨를 동정하는 여론이 있다고도 하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신씨를 연예인처럼 선망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정부와 사회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드러난 사건이 통속드라마로 전락했지만 그 드라마는 어쨌건 성공했다.
전 국민이 인기드라마를 보듯 신씨의 입국과 그의 패션,그의 기호를 시청했고 언론은 변씨와 신씨가 데이트했던 코스와 건네진 선물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인터넷에는 두 사람이 주고받았다고 하는 뜨거운 연애편지가 돌고 있지만 여러 판본이 있어 모두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시간과 상상력,그리고 상당한 수준의 필력을 자랑하는 누군가 두 사람 사이의 단편들을 주워 담아 연결하여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하고야 말았다.
일컬어 '인터팩션'(internet과 fact 및 fiction의 조합어)이라고 불릴 만하다.
기자들을 비롯한 정보 전문가들조차 수사당국에 진위 여부를 의뢰할 정도로 주인공들의 성격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꼭 사실일 것 같다고 한다.
⊙ '왜?'라는 질문 '신정아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국민과 대다수 언론이 선택한 답변은 매우 명쾌하며 인간적이다.
두 남녀의 비틀린 욕망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가정이 있는 성공한 중년 남성과 야심만만한 미모의 미혼 여성이 소위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경우가 꽤 있다.
그렇지만 이런 관계가 모두 신씨와 변씨의 사건처럼 국가의 근간을 흔들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질문을 여기까지 끌고 들어가면 '왜?'라는 질문이 간단치 않다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밤 11시, 아무도 없는 아파트 놀이터의 그네가 혼자 흔들거린다.
왜?
방금 전 누군가 그네에 앉아 있었다고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다.
약간의 상상력을 보태면 늦은 밤 홀로 그네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던 어느 집 가장의 고뇌가 생생하게 떠오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왜라는 질문에 전혀 다르게 접근하는 별종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