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 사회를 떠도는 정체불명의 말들 (2)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이 12.5%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1999년 실업자 기준을 바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 ‘최악의 청년 실업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년 실업난 심각하다’ ‘청년실업난 해소, 전문대학에 답 있다’ ‘실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그런데 여기에는 옥에 티가 하나 있다. ‘실업난’이 그것이다.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비논리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난(難)’은 명사 아래 붙어 ‘어려운 형편이나 처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식량난, 전력난, 구인난 등처럼 무언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나타낸다. ‘-난’ 앞에는 구체적인 어려움의 대상이 온다. 식량이 부족하면 식량난, 전력이 부족하면 전력난이다. 사람을 구하는 게 어려우면 ‘구인난’이다. ‘인력난’이란 말도 쓰는데 이는 좀 더 넓은 의미다. 반대로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면 ‘구직난’이다. 이를 달리 취직이 어렵다는 의미로 ‘취직난’ 또는 ‘취업난’이라 해도 된다.
이들은 모두 결합이 가능한 표현이다. 그런데 ‘실업+난’은 좀 이상하다. 실업이란 ‘일자리를 잃거나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 그 자체로는 ‘-난’과 결합하기 어렵다. 의미적으로 공기(共起)하는 구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구직난’ 또는 ‘취업난’이라 해야 할 것을 잘못 쓴 것이다. 굳이 ‘실업’을 살리고 싶다면 ‘실업사태’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국립국어원의 태도는 다소 의아스럽다. 2004년 신어자료집에 이 ‘실업난’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그 풀이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겪는 어려움’이라고 달았다. 이것은 구직난 또는 취업난에 해당하는 풀이다. 구직난, 취업난은 이미 쓰던 말이고 조어법에도 맞는다.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해서 이치에 맞지 않는 표현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우리말의 과학성, 합리성을 해치는 일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개념이 정밀해지고 그에 따라 말도 세분화합니다.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어요. 있던 말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글학회 선정 ‘우리말 지킴이’인 김선덕 선생은 재야의 우리말 고수다. 그는 우리말을 ‘정확히, 엄격하게’ 쓰지 않고 ‘대충’ 쓰는 세태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공청회’ 같은 말도 잘못 쓰는 우리말 목록에 올라 있다. ‘공청회(公聽會)’는 ‘국회나 행정기관에서 학자·이해관계자 등에게 의견을 듣는 공개적인 모임’을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국회나 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에 있다. 학회나 협회, 시민단체 등 ‘민간’에서 마련하는 자리는 공청회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뒤섞어 쓴다. 내용에 따라 토론회, 설명회, 자문회의 등으로 엄격히 구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말을 이치에 맞게, 정교하게 써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과학적 언어’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고의 틀’이란 말은 진부하지만 여전히 진리다. 말을 합리적으로, 논리에 맞게 쓰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말의 과학화를 향한 지름길이다. 동시에 이는 우리 사회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대우받고, 과학적 사고방식이 좀 더 넓고 깊게 뿌리내리게 하는 토대가 된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 Prose·poetry·poem 시에 관한 다양한 표현들
제 이름이 ‘배시원’이라, 어릴 적부터 ‘배’에 관한 ‘시’는 ‘원’없이 짓곤 하였습니다. 이번 칼럼을 재미없는 개그로 시작하는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화창한 봄날이라 오늘은 ‘시’에 관련된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를 가리키는 다양한 표현들이 있는데, 우선 ‘운문’이라고 번역되는 verse는 말 그대로 ‘운율이 있는 글’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prose(산문)에 대비되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이에 반해 poetry는 ‘시’라는 장르 전체를 가리킬 때 쓰는 단어이고, poem은 ‘시 한편, 한편’을 나타내는 단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