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장악하면 제조업까지 지배한다
커버스토리

유통시장 장악하면 제조업까지 지배한다

정재형 기자2009.08.05읽기 6원문 보기
#유통산업#규모의 경제#할인점#SSM#대형마트#공급과 수요#협상력#수직계열화

국내 유통업의 역사는 근대화의 역사와 맞물려있다. 재래시장과 동네 가게가 책임지던 소매 유통업 구조에서 발전을 거듭해 다양한 형태의 가게와 점포들이 깔려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SSM 창고매장 등 나름대로 장점을 내세운 업태들이 소비자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에서 오픈마켓,인터넷 쇼핑몰,TV 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채널도 존재한다. 유통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기회도 그만큼 많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상품의 질적 차이가 크지 않으면 승패는 유통 현장에서 일어난다.

유통 산업에 대해 알아보자.⊙ 유통업이 제조업을 지배한다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수퍼마켓과 재래시장이 대부분 유통을 책임졌다. 수퍼마켓은 불과 몇 평규모의 동네 수퍼가 대부분이었으며 기껏 크다는 상점조차 100~200평 규모의 가게였다. 물론 자영업자들이 운영했다. 이 때만 해도 제조업이 유통보다 우위에 서 있었다. 경제학적으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원료를 수입해야 했던 설탕이나 밀가루,미원 등 화학조미료는 항상 공급이 부족했다. 이들 제품을 많이 배정해주는 것은 제조업체가 유통업자에게 줄 수 있는 특혜였다.

의류나 전자제품 등 브랜드 가치가 중요했던 업체들은 직영점을 두거나 자영업자에게 대리점을 맡겼다. 삼성전자,금성사(지금의 엘지전자), 제일모직,LG패션과 같은 브랜드는 대리점을 운영하는 것 자체로 상당한 규모의 수입을 거둘 수 있었다. 유통과 제조업의 위상이 역전된 것은 1990년대 할인점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유통의 대형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마이카 시대로 접어들면서 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쇼핑을 했고 대량 구매,대량 판매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할인점은 큰 인기를 얻어 지방 곳곳에까지 들어섰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편한 환경에서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재래시장과 동네 수퍼,자영업자들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백화점,할인점,SSM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형화를 통해 협상력을 크게 높였다. 할인점과 SSM은 가격에서부터 차별화되고 특별 할인과 경품 증정 행사를 시도 때도 없이 벌인다. 제조업체로부터 대규모로 납품 받기 때문에 납품 가격을 동네 수퍼보다 더 낮출 수 있고 경품이나 수수료,판촉비까지 부담시킬 수도 있다. 이른바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 것이다. ⊙ 유통의 힘은 다른 업종에도 유통이 제조업의 우위에 섰듯이 유통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은 산업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유통의 우위가 전반적인 추세로 나타난 것이다. 영화산업에서도 개봉영화가 스크린을 얼마나 차지했느냐에 따라 흥행실적이 큰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영화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은 자체적으로 영화유통망,즉 영화관을 운용하고 있다.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각각 국내 영화관 순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포털과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각 포털과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가격비교 사이트는 인터넷 쇼핑 유통망이라고 할 수 있다. 제조업체들은 오프라인 상점을 개설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할 수 있지만 이들 인터넷 쇼핑 유통망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온라인 유통망을 장악한 업체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단순히 연결만 해 주고 돈을 버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하이마트와 같은 전자양판점도 유통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들의 대리점,직영점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돼 있어 전자 양판점이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일본은 대부분 전자제품이 하이마트와 같은 양판점에서 팔리고 있다. 금융상품에서도 유통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 은행의 보험·펀드 판매가 허용되면서 은행들은 강력한 지점망을 통해 수조원대의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 경쟁이 있으면 소비자는 득이다문제는 이러한 유통의 지배력 강화가 소비자들에게 득이 되느냐다. 일부 할인점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는 대신 제품의 양을 줄이는 등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발견되긴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부분 할인점의 가격인하로 혜택을 본다. 할인점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하는 이유다. 소비자 측면에서 대형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동네 수퍼나 재래시장을 망하게 한 다음 독과점 체제를 구축해 궁극적으로는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시장에서 이들은 계속 서로 경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가격을 올리기 어렵고 소비자들은 종전과 마찬가지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할인점끼리 또는 SSM끼리 담합을 한다면(그럴 가능성은 낮지만)그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해 처벌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가 1996년 유통시장을 개방한다고 했을 때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 대형할인점에 국내 유통시장을 죄다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토종 대형할인점의 완승이었다. 세계 1,2위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까르푸는 국내에서 10년도 못 버티고 철수했고 테스코는 삼성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현지화 함으로써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이 러시아와 중국 등 아시아 곳곳에 진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화와 전문화,개방과 경쟁의 효과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창조적 독점'은 소비자에 더 많은 선택권 줘요
4차 산업혁명 이야기

'창조적 독점'은 소비자에 더 많은 선택권 줘요

기술발전을 통해 형성된 '창조적 독점'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며,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모방 불가능한 기술 등의 특징을 가진 창조적 독점 기업들은 단순히 시장 선점보다는 미래의 현금 창출 능력으로 평가되며, 장기적으로 독점 이윤을 누리는 '라스트 무버' 전략을 추구한다.

2019.02.14

3D 프린팅은 대량·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하죠
4차 산업혁명 이야기

3D 프린팅은 대량·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하죠

3D 프린팅의 적층생산 방식은 기존 대량생산의 '규모의 경제'와 다품종 생산의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품종 대량 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하나의 3D 프린터로 다양한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생산의 유연성이 크게 향상되며, 이는 포드의 조립라인 이후 가장 큰 제조혁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9.03.02

조직 형태는 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유연해지죠
4차 산업혁명 이야기

조직 형태는 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유연해지죠

조직은 사회경제적·기술적 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해왔으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거래비용이 감소하면서 수직적 위계가 약화되고 외부와의 협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급속한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 경계를 유연화하고 개방성을 높여 '액체에 가까운' 조직 구조를 만드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2020.05.28

제품 개선하는 피드백 효과, 시장 집중화도 초래
4차 산업혁명 이야기

제품 개선하는 피드백 효과, 시장 집중화도 초래

데이터 중심 경제에서 피드백 효과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지만,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많은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여 시장 집중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에 이어 새로운 집중화 요인이 된 피드백 효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 공개보다는 경쟁기업과의 데이터 공유를 통해 시장의 분산화를 도모해야 한다.

2021.01.14

디지털 시대에 성공하려면 네트워크가 중요해요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시대에 성공하려면 네트워크가 중요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품의 우수성이나 가격 경쟁력보다 네트워크 효과가 경쟁우위를 결정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성능이 뛰어난 애플 매킨토시를 제치고 PC 시장을 장악한 것도,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플랫폼을 개방해 사용자 연결을 강화한 것도 모두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한 전략이다. 따라서 디지털 경제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제품 개선보다 사용자 간 연결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2018.10.18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