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섭의 신나는 수학여행 - 헉~! 0 이 없어졌다~ !!
‘꽥~!! 이거 왜 이래?’ 은행에서 통장 정리를 하던 현정이는 깜짝 놀랐다. 통장에 잔액이 137원 남았다고 찍혀 나왔기 때문이다. 설날에 힘들게 다리품을 팔며 수금(?)한 세뱃돈과 틈틈이 모은 용돈 등으로 어제까지 통장에 분명히 130,700원이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은행 곳곳에서 난리가 났다. 사람들이 다들 은행 잔액이 줄었다고 항의하고, 어떤 사람은 보이스피싱 당한 것 같다고 주저앉아 엉엉 울고. 그런데 이때 은행 관계자가 나타나 말하기를 악성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 앞으론 모든 컴퓨터를 비롯한 전산장비 일체에서 0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단다. 이런~! 그럼 앞으론 은행이나 통계청 등 숫자를 다루는 모든 곳에선 숫자를 일일이 손으로 써야 하나? 여러분들도 예상했겠지만, 실제로 어느날 바이러스 등의 이유로 모든 전산 프로그램에서 0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세계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혼란이 올 것이다.
위의 상황같이 0이 들어가야 하는 자릿수가 없어지니 13, 103, 1030 등의 수가 구별없이 전부 13으로 표기될 것이고,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로 쓰일 때의 0도 사용할 수 없으니 ‘전기료 0원’, ‘대기인원 0명’, ‘남은 거리 0m’ 등도 각각 다른 표현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외에 음수, 양수를 가르는 기준점으로서의 0도 사용할 수 없지만, 이런 의미의 0은 실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으므로 이 부분에서 만큼은 큰 혼돈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0을 대체할 기호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사실 대책이 이것밖에는 없을 텐데, 한 가지 문제는 손으로는 0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손으로 쓸 때는 0, 전산작업엔 ‘새 기호’로 그 사용법이 양분화할 것이고, 그로 인한 혼선 역시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0이 없어지는 것은 현대문명의 퇴보까지도 몰고올 수 있을 사건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0이란 숫자의 발견으로 세계는 엄청난 발전을 시작했다. 사용이 편리해 다른 문명들의 숫자(로마, 중국, 이집트, 바빌로니아, 마야 등의 숫자)들을 누르고 세계 공용이 된 인도-아라비아 숫자조차 0을 빼고 나머지 수로 다양한 크기의 수를 표현하려면 굉장히 힘들 것이다. 즉, 인도-아라비아 숫자 체계에 0이 있었기 때문에 1에서 9까지 아홉 개의 숫자와 함께 사용돼 10이 될 때마다 한 자리씩 올라가는 수의 표기법을 고안해낼 수 있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은 물론 이자 계산이라든가, 제곱근, 세제곱근을 구하는 등의 복잡한 셈까지도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지구의 문명을 책임지고 이끌어 왔던 0은 산소처럼 우리가 그 고마움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것들 중 하나다. 그런데 컴퓨터의 사용이 점점 광범위해지고 일반화하면서 악성 바이러스의 출현 또한 빈번해진 이때, 어느 순간 우리가 막을 수 없는 바이러스가 나타나서 0을 영원히 없애 버린다면 과연 지구엔 어떤 대책이 있을까?
최문섭
신나는 수학여행’ 집필은 ‘수학나눔연구회’ 소속 서울 대치동 유명 강사들이 맡는다. 수학나눔연구회(회장 최문섭)는 20명의 유명 강사들이 교육기부 및 재능기부를 통해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생들의 수학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를 위해 현재 무료 수학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수제비넷(www.sujebi.net)’을 운영하고 있다. 대입설명회, 교육불모지의 방과후수업 강의지원, 중·고교 교재 집필, 각종 온라인 교육업체 출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수학나눔연구회 소속 강사들의 저서로는 『최상위 수학』『최고득점 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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