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합리성은 되레 비합리성을 낳는다
근 · 현대를 그 이전의 시대와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학자들이 지목하는 곳으로 시선을 향하면 '합리성'이 자랑스럽게 반짝이고 있다.
미몽의 어둠에 빛을 비추기 시작하던 계몽의 시대를 거쳐 우리는 이제 밝은 합리적 이성이 모든 것 위에 태양처럼 떠올라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회과학의 영역에 높은 금자탑을 쌓아 올린 막스 베버는 근대화란 경제 분야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합리성이 증대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였다.
베버의 표현을 빌리자면,합리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주술의 정원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그만큼 그림자도 짙게 마련이다.
합리성은 사회의 발전을 가능케 하였지만,또한 사람들을 가두고 옥죄는 '강철 감옥'이 되기도 한다.
합리성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을 계량화 및 예측 가능성,효율성으로 요약하며 합리화 과정의 특성을 깊이 있게 분석한 베버는 합리성이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철의 법칙'으로 자리잡을 때 발생할 문제들을 우려하였다.
과도한 합리화가 진행된 사회를 괴테를 인용하여 묘사하자면,"영혼이 없는 전문가와 마음이 없는 향락주의자만이 있고,이러한 무가치한 사람들은 이전에는 이룰 수 없었던 수준의 문명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합리성은 현대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준거가 되지만,그 속성은 양면(兩面)적이어서 무시할 수 없는 폐해 또한 초래한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하면 뭔가 대충 이해는 가지만 너무 추상적인 것만 같고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현대사회를 둘러싼 합리성 논의를 쉽게 와 닿게 설명한 책은 없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금세 한 권의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합리화(合理化)의 추상적 개념들을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현상을 통해 확인하는 소프트 버전(soft version)의 사회 비평서이다.
1994년 출판된 이 책의 저자 조지 리처는 합리성이라는 골치 아픈 주제를 일상과 친숙하기 그지없는 맥도날드를 예시로 들어 풀어 나가면서 현대사회의 합리성 추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모시켰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맥도날드의 황금아치(맥도날드의 노란색 M자 간판을 비유)를 통과하면 현대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고 하는데,이 맥도날드의 문화가 바로 막스 베버를 위시한 사회학자들이 구구절절 논한 합리화 문화이다.
조지 리처는 세계 각지에 가맹점을 개설하고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이는 맥도날드의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사례로 짚어 가면서 맥도날드야말로 현대 합리성의 완벽한 구현이며,또한 그와 동시에 합리성의 한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설파한다.
그는 맥도날드 회사의 운영 원리를 효율성,계량 가능성,예측 가능성,통제의 증대로 정리하고 이를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라고 명명하는데,'맥도날드화'의 지나친 합리성 추구가 오히려 불합리한 상황에 고착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