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칼럼에서 말했듯이, (경제적) 세계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다. 그것을 축복이라고 찬양하는 견해도 있고, 재앙이라고 비난하는 견해도 있다. 중요한 것은 둘 다 진실이라는 점인데 이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예를 들어보자. 글로벌 기업 나이키는 주로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저개발 지역의 공장에서 축구공을 생산한다. 오각형과 육각형의 가죽 32조각, 1620회의 바느질로 하나의 축구공이 생산되는데 이 공 한 개의 가격은 우리 돈 15만원 정도다. 전 세계 수제 축구공의 70%를 생산하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공장에는 어린이 노동자만 1만5000명이 있는데 이들이 받는 일당은 우리 돈 2000원 미만이다.
세계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미국의 공장이 파키스탄으로 이전돼 파키스탄의 경제가 성장하고 그곳 어린이들이 풀뿌리를 캐거나 염소와 양을 치던 삶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것을 높게 평가할 것이다.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본다면 거대 자본이 원가 절감을 위해 공해산업을 파키스탄으로 이전시켜 아이들의 노동력까지 착취하는 것을 비판한다. 미국의 어린이들이 15만원짜리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동안 파키스탄 아이들은 하루 2000원을 벌기 위해 손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세계화의 부작용과 그 극복
세계화에는 분명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묻는 게 잘 구성된 논술문제의 마무리가 된다. 이것은 비판과 대안 제시를 아우르는 문제가 된다. 최근 기출문제는 다음과 같다.
2011 성균관대 수시2 (2교시) - 4번 문제 2011 서강대 모의 - 2번 문제
많은 학생들이 세계화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일은 어렵지 않겠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문제 속에서 어느 정도의 힌트는 주어지겠지만 많은 부분을 배경지식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2011 성대 수시2> 2교시 4번 문제를 보자.
[문제 4] <보기>에서 드러난 세계화의 명암을 밝히고, 세계화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시오. (30점)
<보기>
(…) 리볼리 교수는 티셔츠의 탄생에서 소멸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티셔츠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세계화의 명암을 밝혀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플로리다의 관광지에서 산 티셔츠 한 장의 원재료는 텍사스에서 생산된 면화였다. 면화는 컨테이너에 실린 채 태평양을 건너 중국 상하이 근교의 직조공장으로 간 뒤 직조기에서 가느다란 실로 변신한다. 실 뭉치는 근처의 직물공장에서 흰색 천으로 바뀌고, 이어 농촌출신 여공들이 줄지어 일하는 봉제공장에서 무지 티셔츠로 태어난다. 중국에서 대량생산된 티셔츠는 다시 태평양을 건너고 파나마 운하를 지나 플로리다의 날염공장에서 화려한 무늬의 티셔츠로 변신한다. 티셔츠의 여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티셔츠는 대부분 얼마 쓰이지 않은 채 자선단체의 재활용 수거함으로 보내지게 된다. 미국 각지에서 수거된 헌 티셔츠는 뉴욕의 재활용 전문회사의 창고에 집결돼 아프리카행 배를 탄다. 그리고 탄자니아와 콩고의 헌 옷 시장에 내걸리고,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가 너덜너덜해 지고서야 생을 마감한다.
중국에서 생산된 티셔츠는 미국에서 소비되고 다시 아프리카에서 생을 마친다. 이 사례를 보고 일차적으로 학생들은 세계화의 명(장점)과 암(단점)으로 추상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것을 글로 풀어보면 “세계화는 국제적인 분업을 가능하게 해 저개발 국가에 일자리를 만들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저개발국가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들 국가의 선진국 의존도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정도로 정리가 가능하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단점에 해당하는 부분을 지양하고 대안으로 채워야 하는데 문제에서는 거의 힌트를 주고 있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부분을 찾아낸다면 좋은 답안이 가능해진다.
▧비판의 타깃은 초국적 기업
우선 기업의 윤리 경영이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기업의 미덕이 이익을 많이 내고 부를 창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익 외에 인권, 노동, 환경, 공동체 참여 등의 덕목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표준기구인 ISO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표준을 발표한 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