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입학 = 좋은 일자리'는 기대효용의 함정…카르페 디엠 ! 수능이 인생의 성적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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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입학 = 좋은 일자리'는 기대효용의 함정…카르페 디엠 ! 수능이 인생의 성적표는 아니다

생글생글2022.01.13읽기 5원문 보기
#기대효용이론#정보의 비대칭성#신호(Signal)#스크리닝(Screening)#마이클 스펜스#노벨 경제학상#아이비리그#명문대

(79) 죽은 시인의 사회 上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지금.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오늘 활짝 핀 꽃송이도 내일 질 것이다. 이런 감정을 라틴어로 ‘카르페 디엠’이라고 한다.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지.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여기 사진 속 60년 전 이 학교를 다닌 선배들의 얼굴이 있다. 희망찬 눈빛, 웃음 모두 여러분과 같지. 이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소년 시절의 꿈을 한평생 마음껏 펼쳐본 사람이 이 중 몇 명이나 될까?”‘카르페 디엠’으로 잘 알려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교육제도를 대표하는 웰튼 아카데미에 영어 선생 존 키팅(故 로빈 윌리엄스 분)이 부임하며 시작된다.

자율성이 억압됐던 학생들이 키팅 선생의 가르침과 시를 통해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감독 톰 슐만이 실제 모교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확률 낮아도 효용 크면 ‘베팅’영화의 배경인 웰튼 아카데미는 미국 최고의 명문 학교다. ‘아이비리그 진학률 75%’가 가장 큰 자랑이다. 이곳의 모든 수업과 규칙은 입시 위주다. 그래서 학부모에게 인기가 많다. 영화의 시작인 웰튼의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친다. 웰튼의 최고 모범생 닐 페리(로버트 숀 레오나드 분)와 친구들, 부모의 성화로 전학 온 토드 앤더슨(에단 호크 분)까지.

2학년이 된 16살 소년들에게 이곳은 ‘헬(hell·지옥)튼’이다. 첫날부터 수업을 빼곡히 듣고 스터디 그룹을 짜 공부를 해야 한다. 동아리와 학생회 등 과외 활동은 교장이 지정한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한국도 뒤지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거금을 들여 사교육을 시키고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려 한다. 아이가 학원을 몇 개씩 가고 독하게 공부해도 명문대에 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부모들이 입시 열풍에 동참하는 이유는 기대효용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그 결과가 실제로 발생할 확률과 결과로 얻을 효용을 계산해 기댓값을 산출한다.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이 낮아도 입학으로 얻는 효용이 크다면 기댓값도 커지므로 도전한다. 영화 속 웰튼 아카데미 학생들은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도 높아 혹독하게 공부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학이 정보의 비대칭 보완

새로 부임한 영어 선생은 독특하다. 아이들의 아이비리그 진학에 별 관심이 없다. 자신을 이름 대신 ‘오, 선장님(captain)! 나의 선장님!’으로 부르길 원한다. 남들과 맞춰 걷지 말고 원하는 대로 걸으라고 한다. 갑자기 교탁에 올라 교실을 내려보라고 시키더니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도 보라고 한다. 아이들은 두려우면서도 궁금하다. 자신의 신념대로 만들어가는 삶은 어떤 삶인가. 부모와 세상의 기준대로 명문대에 입학해 전문직이 되는 삶과 무엇이 다른가.영화 속 모든 아이들의 계획에는 아이비리그가 있다. 명문대를 가야 좋은 일자리를 얻는다는 믿음이 굳건하다.

2001년 정보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제학에 ‘신호’라는 개념(그림)을 도입해 이 믿음의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 채용을 한다. 그러나 지원자들은 자신의 단점은 감추고 장점을 과장한다. 기업은 짧은 채용과정에서 이들의 말이 사실인지 판별할 만큼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스펜스는 학교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대학은 시험과 면접 등 다양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해 4년간 가르치고 학점으로 평가한다. 기업은 지원자가 어느 대학에서 어떤 학점을 받았는지 보고 그의 역량을 일부 추정할 수 있다.

대학이 지원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크리닝(screening)’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경험이 쌓이면 기업들이 신뢰하는 대학도 생긴다. 특정 대학의 졸업생들이 업무를 잘 해내면 다른 지원자는 이 대학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인재라는 신호를 기업에 줄 수 있다. 그렇게 명문대가 만들어진다.

노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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