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그랬거든! 서른 넘으면 팍 뒤져버릴 거라고! 근디 그 전에 애가 서버리더라고. 시집간 지 1년 만에 남편이란 인간은 독일까지 가서 탄광 막장서 죽어버리고. 그 갓난쟁이를 두고 내가 어떻게 죽겠어?”
노인들이 운영하는 구립 실버카페에서 일하는 오말순(나문희 분)은 성공한 아들이 유일한 자랑거리이자 인생의 낙이다. 그녀의 아들 반현철(성동일 분)은 대학 교수. 그것도 국립대학 교수로 노인문제 전문가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명 짧은 남편을 만난 그녀의 삶은 신산(辛酸) 그 자체였다. 늘 끼니를 걱정하며 아플 때도 약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지난 1월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어느 날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수상한’ 사진관에 들렀다가 갑자기 스무살 꽃처녀 ‘오두리(심은경 분)’로 돌아간 말순이 한 번도 누려보지 못했던 청춘의 전성기를 누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판타지적 스토리 전개에도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노년층의 고단한 삶과 가족 간의 사랑을 잔잔하게 담아내면서 관객 865만명을 기록했다.
속절없이 늙어가는 사회
영화 속 말순처럼 자식만 바라보며, 잘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던 경제 발전의 주역들이 점차 인생의 황혼기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2000년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전체의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이런 추세면 <그래프 1>처럼 2018년 고령사회(14%), 2026년 초고령사회(20%)에 진입할 전망이다. 2060년이면 인구 10명 중 4명 이상이 노인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무척 빠른 편이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이동하는 데 각각 17년, 9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15년이 걸렸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도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24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13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변화다.
영화 속에서 말순과 그의 오랜 친지인 박씨(박인환분)가 ‘알바’를 하는 카페는 노인 전용 카페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런 종류의 카페는 이미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고령화의 주원인은 평균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다. 식생활 개선과 현대의학의 발달로 2011년 한국의 평균 수명은 81.1세를 기록했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4.5년,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77.7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남녀 평균 기대수명(여성 82.8년, 남성 77.3년)보다 모두 길다. 반면 출산율은 최하위권이다. 가임여성(15~49세)이 평생 낳은 아기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3년째 1.3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신발 하나 맘 놓고 사지 못하는 …
인구 구조의 이런 변화는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계속 줄어들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인구도 계속 증가한다. 정부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0년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인구는 37.3명이었지만 2060년엔 무려 101명으로 불어난다. 생산가능인구보다 피부양자가 더 많아지는 셈이다. 결국 생산가능인구의 소비와 저축 여력이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인구비중이 높은 노인들의 소비성향도 호전되기 어렵다. 소득이 거의 없는 가운데 기대수명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덜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말순은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다니지만 2만9000원짜리 신발 하나 맘 편히 사지 못한다. 더 싼 신발을 찾기 위해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 결국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카페 일로 약간의 소득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들의 신용카드가 그녀의 주 소비원이다.
정부의 부담도 늘어난다. 근로인구가 줄면 조세 수입은 감소하는 반면 연금수급액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OECD는 한국의 이 같은 고령화 추세가 향후 수십년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간 0.25~0.75%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