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를 통해 본 명품의 경제학 저널리스트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뉴욕으로 상경한 앤디 삭스(앤 해서웨이 분). 노스웨스턴대의 학보사 편집장 출신이지만 뉴욕의 벽은 높았다. 유수의 신문사와 잡지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답이 돌아온 곳은 딱 한 곳뿐. 패션잡지 ‘런웨이’다. 평소 명품과 패션계를 경멸해온 터였지만 ‘까다롭기 짝이 없는 편집장의 비서로 1년만 버티면 다른 신문사나 잡지사의 기자로 쉽게 취직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입사를 결정한다. 메릴 스트리프,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는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2006년에 만든 영화다. 패션계를 배경으로 사회초년생이 겪는 도전과 실패, 일과 사랑을 그렸다. 특히 스트리프가 맡은 인물인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는 실제 유명 패션잡지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를 모델로 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프라다, 샤넬, 지미추, 돌체앤가바나, 베르사체 등의 명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화에서 하이힐, 지하철에서 택시
평소 지하철을 타던 앤디는 ‘런웨이’에서 일을 시작한 뒤부터는 택시를 타고 다닌다. 신발도 낮은 단화에서 높은 하이힐로 바꿔 신는다.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가 바뀐다는 패션계에서 워낙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디에게 다가온 근본적인 변화는 소득이 생겼다는 점.
소득의 변화는 수요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일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한 앤디는 지하철과 낮은 단화 대신 택시와 하이힐을 소비한다. 이때 택시와 하이힐은 정상재(normal goods)에 해당한다. 정상재란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을 때, 실질소득이 늘어나면(줄어들면) 수요도 늘어나는(줄어드는) 재화다. 반면 지하철과 단화는 열등재(inferior goods)에 속한다.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늘어날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재화를 뜻한다.
<그래프1>은 엥겔곡선으로, 소득의 변화와 특정 재화의 소비량을 보여준다. 정상재의 엥겔곡선은 우상향하지만, 열등재의 엥겔곡선은 어느 시점에서 꺾인다. 소득이 늘어나지만 소비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모든 재화가 명확하게 정상재와 열등재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재화가 생활 환경이나 문화 차이 등에 따라 정상재가 되기도 하고 열등재가 되기도 한다. 재화의 수요는 다른 재화의 가격, 소비자의 소득, 취향, 장래에 대한 예상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명품을 사는 심리
‘악마’ 같은 상사 미란다 밑에서 죽기 살기로 버티던 앤디는 어느덧 회사생활에 익숙해진다. 암호 같던 디자이너 이름과 명품 브랜드도 알아듣고, 촬영이 끝난 소품을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여유도 생긴다. 앤디가 잡지사에 선물로 들어온 가방을 친구에게 선물로 주자 그는 “세상에, 새로 나온 마크 제이콥스잖아. 지금 내 형편엔 가질 수도 없는 거야!”라며 좋아한다.
영화 속 마크 제이콥스와 같은 명품 가방을 사는 심리는 ‘베블런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 불황에도 명품 같은 비싼 제품이 잘 팔리는 현상을 뜻한다. 베블런 효과는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에서 처음 설명했다. 그는 “상층 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없이 행해진다”고 말하며 이를 과시적 소비라 불렀다. 이는 일반적인 수요법칙을 벗어난다.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는 수요곡선은 <그래프2>의 형태를 띤다. 대표적인 예가 명품이다. 명품은 비싸면 비쌀수록 소비자의 허영심을 사로잡아 소비량이 늘어난다. 반면 값이 떨어지면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어 매력이 줄어든다. 샤넬이나 에르메스는 고가정책을 쓰기 위해 재고물량을 소각하기도 한다. 공급을 통제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