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카스- 대니얼 카너먼 세계 경제는 1970년대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정부가 각종 대책을 쏟아내도 경기는 좋아지지 않았다. 1930년대 대공황을 이겨냈다고 자부해온 케인스 학파는 당황했다. 해결책은커녕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났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통화주의학파 역시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
엉망이 된 경제학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사람은 로버트 루카스(75)와 대니얼 카너먼(78)이다. 이 두 사람은 인간의 행태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시각은 정반대였다. 루카스는 “인간은 정부의 정책마저도 합리적으로 예측해 행동하기 때문에 당초 기대하는 정책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합리적 기대이론을 주창했다. 카너먼은 “인간은 잘못된 정보와 상황에 따라 행동할 때가 많다”며 행동경제학을 창시했다.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정반대로 해석한 두 사람은 모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인간은 정책도 예측해 행동한다 1937년 미국 워싱턴주 예키머에서 태어난 루카스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이후 대학원에서 전공을 바꿔 경제학을 선택했다. 시카고대는 당시 자유주의 경제학의 산실이었다.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루카스는 카네기 멜론대 교수가 됐다. 밀턴 프리드먼의 수제자였던 그는 케인스 이론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의문을 늘 품고 있었는데, 존 무스 멜론대 교수와의 교류가 그의 눈을 뜨게 했다. 무스는 기업의 재고관리를 모형화하면서 ‘합리적 기대’ 개념을 사용했다. 루카스는 이 개념을 경제학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영감을 얻었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물가를 끌어올리면 실질 임금이 그만큼 줄어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게 된다는 것이 전통적 경제모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물가가 오를 것을 미리 예측하고 임금 인상 투쟁을 벌이면 기대했던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는 “정부에 한 번 속은 사람들이 똑같이 반복되는 일에 계속 속는다는 케인스 학파의 가정은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1960년대 말 시작된 경기 불황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낮춰 돈을 푸는 정책으로 민간 부문의 투자와 소비를 자극하려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부가 돈을 풀면 물가가 올라 구매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합리적인 예측으로 소비를 줄였다. 돈을 푸는 통화정책은 실업률과 물가를 동시에 상승시키는 부작용만 낳았다.
루카스는 이런 예기치 못한 결과가 빚어진 까닭을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기대를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 방침을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올라가는 물가만큼 임금도 올려달라고 요구했고, 한발 더 나아가 ‘내년에 물가가 많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미리 임금을 올려달라’는 식의 투쟁을 벌였다.
루카스는 1972년 서른 다섯의 나이에 ‘기대와 화폐중립이론’을 출간했다. 이 저서는 현대 거시경제학 연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명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루카스가 ‘경기순환이론 연구’라는 논문을 낸 1981년. 이스라엘 출신의 인지심리학자인 카너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동료 교수 아모스 트버스키(1996년 사망)와 함께 다소 엉뚱해 보이는 실험을 한다. ‘아시아 전염병’에 대한 실증 연구였다.
카너먼은 △200명을 구할 수 있는 A안과 △600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분의 1, 아무도 구하지 못할 확률이 3분의 2인 B안 가운데 하나를 사람들에게 선택하도록 제시했다. 응답 결과를 받아 보니 72%가 A안을 선택했다. 카너먼은 이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는 명제를 증명했다. 뭔가를 잃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고, 때로는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그는 다양한 연구 작업을 통해 1973년 발표한 ‘휴리스틱스 이론’을 계속 가다듬어갔다. 휴리스틱스 이론은 사람들이 합리적 이성을 통한 판단’을 하기보다는 ‘경험이나 직관으로 어림짐작해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카너먼은 합리적 기대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의 행동, 예컨대 ‘평생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뉴스를 접하고도 소비를 줄이는 일에 인색하게 구는 행동을 실험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한 ‘전망 이론’(1979년)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