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빈곤은 신자유주의 탓?…허술한 정치·경제제도가 원인
세계 경제사

아프리카 빈곤은 신자유주의 탓?…허술한 정치·경제제도가 원인

생글생글2015.03.05읽기 6원문 보기
#신자유주의#구조조정 프로그램#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민영화#무역자유화#재산권 보호#자원의 저주

세계경제를 바꾼 사건들 (47) 아프리카의 비극과 신자유주의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20세기 후반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의 국가들은 저개발과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에는 연평균 -0.5%, 1990년대에는 0.1%를 기록했다. 20여년간 아프리카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퇴보했다는 증거다.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빈곤율, 영유아 사망률, 교육 수준 등 삶의 질을 보여주는 거의 모든 지표가 이 시기 아프리카의 비극을 나타내준다.

아프리카의 저개발과 빈곤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일부 학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아프리카 정체의 원인으로 꼽는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1980년대 초반 민영화, 무역자유화, 균형재정 등의 내용이 포함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조건으로 곤경에 빠져 있던 사하라 이남 국가들에 융자지원과 원조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제기구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1980~1990년대 아프리카 경제는 정체와 후퇴를 면치 못했다.

이들의 주장은 지원의 조건으로 추진된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제조업 기반 붕괴, 1차 산업에의 의존 강화, 사회간접자본 약화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장기간 침체와 저개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후와 지리적 조건이 교역에 불리했던 것도 사실이고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질병의 대규모 확산이 경제에 치명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잦은 종족 간 갈등으로 인한 전쟁 등 정치적 혼란, 인구의 급증도 성장 정체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원 수출에 국가 경제가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경우 자원을 수출해 외화가 유입되면 환율이 절상되고 이에 따라 제조업 등의 교역재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며, 자원 수출로 늘어난 재정수입으로 재정이 방만해지고 부패가 확산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은 제도적인 문제와 결합될 때 증폭돼 나타난다. 기후나 지리적 여건의 불리함, 자원의 저주 등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만 주어진 조건이 아니었고 극복할 수 없는 요인도 아니다. 아프리카의 성장을 저해한 근본적 원인은 전쟁, 종족 간 갈등 등의 정치적 문제와 제도적 요인이었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1960~1970년대에 독립된 후 냉전의 영향, 군사독재, 민족 간 갈등으로 정치적 혼란과 부정부패가 지속됐다. 또 식민지 시절 노예무역으로부터 시작된 제도적 기반은 재산권 보호에 매우 취약했고 정치적 불안정과 부패의 만연, 독립 이후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강력한 영향으로 재산권의 불안정은 더욱 심화됐다. 재산권 보호가 경제성장의 유일한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재산권이 불안정할 경우 거래의 제약으로 투자와 생산 역시 제약을 받게 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또 다른 특징은 관료주의와 제도적 미비로 인한 열악한 기업환경이다.

기업환경이 좋지 않아 비공식 부문 비중이 높았고, 소규모 공동체를 벗어난 거래, 교역 등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해 경제성장을 제약했다. 결국 취약한 재산권, 부패, 관료주의를 확대시키고 열악한 기업 환경을 낳은 제도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저개발과 빈곤의 근본적 원인이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취약한 제도가 저개발의 근본적 원인이었다고 하더라도 국제기구들이 제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체가 심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의문이 남는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기구의 원조를 받게 된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독립된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1차 산품의 수출에 의존하면서도 수입대체 공업화를 통한 산업화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농업에 대해서는 농산물 가격상한, 판매 및 수출의 정부 개입 등 불리한 정책을 펴는 반면 제조업에 대해서는 특혜를 부여했고 이는 1980년대 이전까지 경제정책의 특징이었다.

이런 정책은 농업의 생산성을 둔화시키고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반면 산업화의 명목으로 이뤄진 제조업에 대한 지원은 집권 세력을 포함한 소수 도시 엘리트에게 특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1970년대 중후반부터 나타난 선진국의 경기침체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교역조건 악화로 1차 산품의 수출과 정부 재정수입이 감소했다. 경상수지 적자와 외화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교역과 환율에 대한 통제가 가해졌고 결국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저리 융자와 원조를 받게 됐다.

아프리카 정체의 원인으로 지목된 신자유주의적 개혁 프로그램이 사실은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데다 대외여건의 악화로 궁지에 몰린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지원의 조건으로 제시된 것이다. 개혁 프로그램이 실패한 원인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먼저 취약한 재산권 등 제도적 문제점을 방치한 채 국가별 거시경제적 안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제시된 데 있다. 또 다른 원인은 기존 정책으로 이득을 보던 도시엘리트 등이 정치적으로 반발함으로써 개혁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제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실패한 것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조건부 원조와 지원이 정책 및 제도 변화를 촉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았고 그 결과 개혁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자유시장,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정책을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고 해서 신자유주의가 아프리카의 정체를 가져온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말해준다. 송원근 <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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