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통상임금 소송 대란이 발생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주는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연장근로 등을 했을 때 지급하는 가산수당 등 법정수당 계산도구 기능을 한다. 근로기준법에는 연장근로 등은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돼 있다. 통상임금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가산임금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다. 잘못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가산임금의 경우 과거 3년치를 다시 정산해 지급해야 한다.
통상임금 소송 대란 빗장 푼 판결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정기적, 일률적으로 소정근로(법정근로시간 내에 노사가 합의한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금액’이라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해 왔다. 초기에 대법원은 정기성은 임금 지급 원칙과 같은 월 1회 이상으로, 일률성은 전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고정성은 실제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다. 먼저 일률성은 전체 근로자가 아니어도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자로 범위가 확대됐다. 정기성은 1개월을 넘어 지급하는 것이라도 정기적 지급이라면 포함된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소송 대란을 전후해 내려진 판례로 고정성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4년 전 통상임금 소송 대란의 원인은 훨씬 오래전에 불거졌다. 소송 대란의 빗장은 1996년 한 판례에서 풀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기성을 확대한 판결인 1996년 ‘의료보험조합 사건’이 그것이다.
아무도 신경 안 썼던 ‘정기성 확대’ 판결
이 판결은 매년 4월과 7월 지급된 체력단련비, 매년 11월 지급된 월동보조비, 매 분기 말 지급된 상여금을 놓고 다툰 사건이다.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고와 “1개월 이상 단위로 지급된 것은 그간 판례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에 산입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이 맞섰다. 대법원은 “임금이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된 것이라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된 것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며 체력단련비와 월동보조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매 분기 말 지급되는 상여금은 지급일 전 퇴직자에 대해 근무 일수에 따라 계산하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판결 이후 조용한 변화가 일어났다. 종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던 명절휴가비, 귀성여비 등 잡다한 수당을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아무도 경계하지 않은 것은 추가적 부담이 기껏해야 체력단련비와 월동보조비를 12분의 1로 나눈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기성의 확대’가 얼마나 큰 문제로 닥쳐올지에 대해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회사에서 지급하는 거의 모든 금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정기상여금으로 번진 논란
정기성의 해석을 마무리 지은 통상임금 관련 논란은 정기상여금으로 향했다. 2012년 ‘금아리무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에서는 지급이 확정적인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의료보험조합 사건과 달리 금아리무진 사건에서는 분기 말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근무 월 단위로 계산했기 때문에 월 도중에 그만둔 자도 지급이 확정적이라는 고정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대한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을 정리하기 위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월 단위 계산이든 일 단위 계산이든 중도퇴직자에게 지급이 확정적인 것이라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했고, 이에 힘입어 전국적 소송으로 발전했다.
문제는 정기상여금을 반영해 추가 지급해야 할 수당 규모가 꽤 컸다는 것이다.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부 해석을 믿었던 기업들이 소송에서 질 경우 소급 지급해야 하는 가산임금 규모는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한 건의 소송으로 전 산업이 요동치는 법적 불안정성에 기업들이 몸살을 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