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종주국서 성공하기 위해 일본行 택했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일본 금융시장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 한 한국 기업이 사상 최초로 상장했다. 그 회사는 삼성도, 현대도, LG도, SK도 아니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국내 최대 온라인게임 업체인 넥슨. 정확한 상장사 이름은 넥슨재팬이다. 넥슨재팬은 한국 넥슨의 주식 100%를 갖고 있으며, 지주회사인 NXC가 넥슨재팬을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다.
같은 시간 국내에선 넥슨 설립자인 NXC 김정주 회장(43)의 뉴스로 넘쳐났다. 뉴스의 초점은 두 가지에 맞춰졌다. 일본 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그의 노력과 성공담, 즉 부자 등극이었다. 넥슨재팬의 주당 공모가는 1300엔, 시가총액은 5397억엔(8조원)으로 집계됐다. 김 회장과 부인 유정현 감사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3조원을 넘었다. 보유 주식 평가액만으로 보면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국내 3위다. 김 회장의 성공은 벤처기업가가 일궈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회장은 사실 잘 알려진 게 없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탓이다. 그와 인터뷰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인 김 회장이 넥슨을 설립한 것은 26세 때인 1994년. 그는 2년 뒤인 1996년 고구려 대무신왕의 정벌담을 담은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로 돌풍을 일으켰다. 국산 온라인게임으로는 처음 ‘바람의 나라’를 수출하기도 했다. 그는 ‘메이플스토리’와 ‘카트라이더’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김 회장은 넥슨을 알짜 회사로 키웠다. 지난 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35%, 45%씩 성장했다. 이런 기업을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상장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오래 전부터 ‘게임 종주국인 일본에서 성공한다’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넥슨재팬의 최승우 사장에 따르면 김 회장은 애초부터 일본 상장을 생각했다고 한다.
김 회장이 고려한 또 한 가지 요소는 일본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매출이 연간 10% 정도 성장하는 반면 일본 매출은 매년 20~30%씩 증가하고 있다.
도쿄 증시에 상장하기까지 고비도 있었다. 세계 증시 중 일본 증시 상장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도쿄 증시에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는 모든 거래처에서 ‘사장과 그 주변 인사들이 반(反)사회 세력과 무관하다’는 각서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반 사회세력이란 조직폭력배(야쿠자)를 의미한다. 넥슨이 게임을 제공하는 한국 PC방 사업주들이 조폭과 연루되지 않았다는 각서를 내도록 요구했다. 넥슨은 끈질긴 설득으로 각서 제출을 면제받았다.
김 회장은 그동안 외부 투자를 한푼도 받지 않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은 무차입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또 게임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면 게임 개발사를 과감하게 인수했다.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등을 세계적인 대작 게임으로 성장시킨 것도 이런 투자 덕분이었다는 평가다. ‘은둔의 창업가’로 통하는 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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