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빈도가 들으니 '풍류의 악률 곡조가 아홉 번 변하면 천신이 내린다' 하오니 빈도가 탄 것은 다만 여덟 곡으로 아직 한 곡조 남았으니,마저 타기를 청하나이다."
거문고 기둥을 바로잡고 줄을 고르며 손을 번쩍이면서 타니,그 소리가 유유히 울리고 개열하여 능히 사람으로 하여금 혼을 잃고 마음을 방탕케 하며,뜰 앞의 온갖 꽃이 가지런히 터지고 어린 제비가 쌍쌍이 날며 꾀꼬리가 서로 우짖는 듯 소저가 아미(蛾眉)를 잠시 내리 깔고 안파(眼波)를 거두지 아니한 채 잠잠히 앉았더라.
'봉혜봉혜귀고향(鳳兮鳳兮歸故鄕)'하여 '오유사해구기황(獒遊四海求其凰)'(봉이 황을 찾는다는 <봉구황곡(鳳求凰曲)>)이란 구절에 이르러서는 눈을 뜨고 다시 보며 그 의대(衣帶)를 내려다보는데,붉은 빛이 두 뺨에 아롱지고 누른 기운이 팔자 눈썹에 문득 사라지며 정말 봄술에 취한 듯하더니,곧 얼굴을 가리고 일어서서 몸을 움직여 안으로 들어가 버리니,생이 깜짝 놀라 말을 못하고 거문고를 밀치고 서서 오직 소저의 등쪽만을 찬찬히 바라보는데,혼이 날아가 버리고 정신이 아찔하여 진흙 소상(塑像)처럼 우두커니 서 있더니,부인이 명하여 앉으라 하고 물어 가로되,"사부의 별안간 탄 소리는 무슨 곡조인고?" 생이 거짓으로 대답하되,"빈도가 비록 스승에게 전하여 얻었으나,그 곡명은 알지 못하는 고로 정히 소저의 명을 기다리나이다. " …(중략)…
소저가 말하되,
"이 여관이 처음에는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연주하고 차례로 여러 곡조를 타다가 나중에 제순의 <남훈곡>을 타기로 내 일일이 평론하고 계찰(季札 · 춘추시대 오나라 사람.
음악을 잘하여 周의 樂을 보고,列國의 치란과 흥망을 알았다고 함)의 말을 좇아 거듭 거치기를 청하니,그 여관이 한 곡조가 더 있다고 말하고는 다시 새 곡조를 타는데,곧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탁문군(卓文君)의 마음을 돋우던 <봉구황(鳳求凰)>이라.
내 처음으로 유의하여 그를 보건대 그 용모와 몸가짐이 여자와 크게 다르니,이는 필시 간사한 사람이 춘색을 엿보려 하여 변복하고 온 것이므로,한스러운 것은 춘랑이 만일 병들지 않았다면 함께 보고서 그것이 거짓임을 분별할 수 있었을 것이니라.
내가 규중처녀로서 알지 못하는 남자와 함께 반나절이나 마주 앉아 얼굴을 드러내어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니,천하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비록 모자간이라도 필연 내 차마 말을 고할 수가 없구나.
춘랑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이렇듯 품은 생각을 말하겠느뇨?"
- 고등학교 「문학」, 김만중,「구운몽」
나 우리가 사후에 남길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즉 유전자와 밈이다.
우리는 유전자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전자 기계이다.
그러나 유전자 기계로서의 우리는 3세대 정도가 경과하면 잊혀지고 말 것이다.
물론 자식이나 또는 손자도 우리와 어딘가 닮은 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얼굴의 모양새가 닮았을지 모른다.
음악적 재능이 닮았을지도 모른다.
또는 머리카락 색이 닮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우리의 유전자의 기여는 반감해 간다.
그 기여도는 머지않아 무시할 정도가 될 것이다.
유전자 자체는 불멸일지 몰라도 우리 각자 자신의 유전자의 집합은 사라질 운명에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정복왕 윌리엄 1세 대왕의 직계 자손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 대왕의 유전자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할 가능성은 많이 있다.
우리는 번식이라는 과정 속에서 불멸을 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세계 문화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다면,예컨대 좋은 아이디어를 내거나,음악을 작곡하거나,점화플러그를 발명하거나, 시를 쓰거나 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유전자가 공통의 유전자 풀 속에 용해되어 버린 후에도 온전히 생존할지 모른다.
윌리엄스가 지적한 대로 소크라테스의 유전자 중에서 현재 세계에 살아남아 있는 것이 과연 하나라도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가 그런 것에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인가.
하지만 소크라테스,레오나르도 다 빈치,코페르니쿠스,그리고 마르코니 등등의 밈 복합체는 아직도 건재하지 않은가.
-리처드 도킨스,「이기적 유전자」
다 … memes should be regarded as living structures,not just metaphorically but technically.
When you plant a fertile meme in my mind you literally parasitize my brain,turning it into a vehicle for the meme's propagation in just the way that a virus may parasitize the genetic mechanism of a host cell.
And this isn't just a way of talking -- the meme for,say,"belief in life after death" is actually realized physically,millions of times over,as a structure in the nervous systems of individual men the world over. -- N. K. Humphery,summing up an earlier draft of THE SELFISH GENE
[문제 4] 제시문 [나]와 [다]의 밈의 개념을 활용하여 제시문 [가]의 상황을 설명하여 보시오. <22~23줄(750~800자), 40점>
⊙ 출제의도
문제4는 자연과학 분야와 인문과학 분야의 제시문이 함께 출제 되었다.
자연과학적 개념을 통해 인문학적 상황을 설명하게 함으로써,다양하고 폭넓은 사고 과정과 그를 이해하는 능력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 논제 분석과 답안 작성의 방향
[문제 해결의 열쇠]
제시문 [나]와 [다]는 과학분야의 글이긴 하지만,두 글에서 말하는 밈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그 개념이 제시문 [가]에서 어떤 형식으로 그려지고 있는지만 찾아 낼 수 있다면 문제의 형식 자체는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제시문 [가]가 어떤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밈이라는 개념을 어떤식으로 적용시켜서 그 상황을 설명해 나갈 수 있을지,제시문 간의 연관성을 생각하면서 글을 읽는 태도가 요구된다.
(1) 제시문 [나]와 [다]의 밈의 개념
밈은 생물학적 정보전달체인 유전자(gene)와 대응시킴으로써 설명이 가능하다.
밈은 비유전적 방법으로 전달되는 문화의 요소로서 해부학적 실체는 없지만 신경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구조로 이해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후세계나 신의 관념 등이 생겨나고 이것이 다른 사람의 뇌 속에 지속적으로 전해지는 것이 마치 유전자가 전해지는 것과 같다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것이다.
(2) 제시문 [가]의 상황설명
제시문 [가]는 「구운몽」의 한 대목으로서 주인공 양소유가 과거시험 보기 직전 여장을 하고 천하의 절색이자 음악에 정통한 정경패와 실력을 겨루는 장면이다.
양생(양소유)은 거문고 연주를 하고 정소저(정경패)는 그 음률의 내력과 연주 솜씨에 대해서 품평을 이어가다가 문득 마지막 곡에 이르러 정소저가 양생의 의도를 간파하고 부끄러워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부분을 통해 문화유전자로써의 밈을 이해할 수 있다.
여덟 번의 연주는 밈의 보편성을 서로 확인하게 해 준다.
즉 거문고의 음률과 그 문화적 배후가 후대에 전달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연주곡에 이르러 그 보편성은 개인적 차원으로 바뀌어 개별성을 가지게 됨으로써 양생의 정체가 탄로나고 만다.
천하의 영재가 절세의 미인을 유혹하는 내력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봉구황> 곡조는 사실 연주 상황을 빙자한 기발한 프러포즈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고 이를 정경패는 알아 챈 것이다.
음악과 그 문화적 배후에 관한 정보는 마치 생체 유전자처럼 사람의 뇌에서 뇌로 전달된다.
제시문 [나]에서 이전 여덟 곡뿐만 아니라,<봉구황>에 관한 문화적 배후 그러한 방식으로 전달됨으로써 정경패는 양생의 정체를 알아 챌 수 있었던 것이다.
⊙ 제시문 독해
(1) 제시문 [가]
여장을 한 양소유가 천하의 절색이자 음악에 정통한 정경패와 실력을 겨루는 장면이다.
양생(양소유)은 거문고 연주를 하고 정소저(정경패)는 그 음률의 내력과 연주 솜씨에 대해서 품평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양소유가 마지막 곡으로 <봉구황>을 연주하자 정경패는 양소유가 여자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또한 양생이 그런식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의도를 간파하고 부끄러워한다.
(2) 제시문 [나]
생물학적 유전자는 우리가 죽은 뒤 한동안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3세대 정도가 지나면 잊혀져 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문화유전자로써의 밈은 그렇지 않다.
한 문화유전자가 그 시대에 미친 영향력은 생물학적 유전자와는 다르게,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건재하며 그 시대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3) 제시문 [다]
Meme은 단지 은유적으로가 아닌,전문적인 살아있는 구조로 간주되어야 한다.
당신이 내 마음에 meme을 전달할 때 그것은 내 뇌에 전달된다.
그리고 그 뇌는 바이러스가 유전적 메커니즘에 의해 번식되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Meme을 번식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죽음 뒤에 삶에 대한 믿음은 삶의 끝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초조한 마음 속의 구조로써 많은 시간에 걸쳐 물리학적으로 깨닫게 된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
4차 산업혁명 이야기
플랫폼 노동의 빛과 그림자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독립계약자 신분으로 인해 병가, 재택근무, 사회보장이 불가능해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를 회피하면서 이익을 추구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반면,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높은 비용 부담을 감당하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규제를 통해 지속 가능한 플랫폼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