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택선 교수의 역사 경제학

구축효과에 관한 논쟁 (4)

2006.03.28

구축효과에 관한 논쟁 (4)

현승윤 기자2006.03.28읽기 4원문 보기
#구축효과#국채 발행#자본시장 통합#윌리엄슨#정보의 불균형#나폴레옹전쟁#산업혁명#자본 도피

자본시장이 얼마나 잘 통합되어 있었는가의 문제는 구축효과에 관한 논쟁에서 매우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윌리엄슨의 주장대로라면 당시 영국의 자본시장은 잘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따라서 이자는 상승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채권시장에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채권의 액면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 사이의 차이가 커진다. 만기가 되었을 때 채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액면가로 돌려받기 때문에 액면가와 실제 거래가의 차이가 이자가 되는 셈이다. ) 결국 민간부문에서 투자되던 많은 자금이 국채시장으로 몰려들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채 발행의 증대가 민간투자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자본시장이 얼마나 잘 통합되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당시 영국의 기업들은 회사를 세워 생산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본 확보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단순히 자본시장에 충분한 자본이 존재했었는가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당시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었던 것은 주로 정보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새로운 기업들이 대규모로 창설되는 상황에서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 기업이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또 그렇게 생산된 물건에 충분한 수요가 있는지에 관해 별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과 자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에서 정보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자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불확실한 대상에 투자하기를 꺼릴 것이고,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자신의 돈 (가령 이전에 벌어 놓았던 이익 등)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만일 영국이 전쟁을 하지 않아서 국채발행이 늘지 않았고,따라서 국채시장에서의 이자가 높아지지 않았더라도 그 돈이 민간에 투자되기는 어려웠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수익률의 크기에 따라 자금을 이동시키는 자본시장의 통합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이야기다.

구축효과에 관한 윌리엄슨의 주장에 대해 국제자본 거래의 측면에서 반박한 학자들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왔고,그래서 두 나라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일종의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대조적인 면을 드러낸 것은 두 나라 정부가 전쟁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는 방식이었다. 영국은 자본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비록 완전한 자본시장의 통합을 이루진 못했다 하더라도) 국채 발행과 같은 '경제적' 방법을 통해 전비를 조달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자본시장의 발달이 더뎠고,결국 나폴레옹은 정복지에서 부유한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대륙의 거대 상인과 같은 돈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위험을 피해 영국으로 자금을 도피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영국으로 도피한 대륙의 자본은 그 정확한 규모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상당한 액수라는 것은 많은 사료(史料)를 통해 알려져 있다. 더욱이 영국의 의회는 외국으로부터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이자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조치를 취하기까지 했다. 영국 내로 들어온 이들 도피 자본은 어디에 투자되었을까.대부분의 자본은 안정적이고 수익성도 좋은 국채에 투자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영국 정부는 전쟁 때문에 국채발행을 늘렸지만,전쟁을 피해 들어온 대륙의 자본이 국채의 상당 부분에 투자되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구축효과는 없었거나,있었다 하더라도 산업혁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경제사학자들은 나폴레옹전쟁의 승패를 갈랐던 것은 바로 자본의 흐름과 같은 경제적 측면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구축효과가 있었는가에 관한 다양한 논쟁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역사란 경제학의 '실험실'이라고 설파한 노스의 명언이 새삼 실감나는 대목이다.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노택선 교수의 역사 경제학

구축효과(2)…진정한산업혁명 1820년이후

경제학자 윌리엄슨은 구축효과 이론을 적용하여 영국 정부가 나폴레옹 전쟁(1793~1815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민간투자를 억제했고, 이로 인해 진정한 산업혁명은 전쟁이 끝난 1820년 이후에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8세기 말 영국의 비효율적 자본시장, 실질금리 하락, 개방경제로서의 외국자본 유입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구축효과의 존재 자체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

2006.03.13

점점 커지는 공공부문…바람직한 방향은?
테샛 공부합시다

점점 커지는 공공부문…바람직한 방향은?

경제 성장에 따라 국민의 복지 요구가 증가하면서 정부 규모가 커지는 현상을 '바그너 법칙'이라 하며, 위기 이후에도 정부 규모가 축소되지 않는 '피코크-와이즈만 가설'로도 설명된다. 한국도 코로나19 대응으로 정부 지출이 증가했는데, 이는 민간 자금 부족과 규제 증가로 인한 '구축효과'를 초래하므로, 규제 완화와 지출 감축을 통해 민간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2.03.31

노택선 교수의 역사 경제학

영국, 산업혁명과 전쟁 어떻게 병행?

영국은 나폴레옹과의 전쟁 자금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렸는데, 이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여 민간투자가 감소하는 '구축효과'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산업혁명 시기 영국의 경제성장은 전쟁 자금 지출로 인해 실제로는 제한적이었다는 것이 경제사학자 윌리엄슨의 주장이다.

2006.03.06

재정 마구 풀면 경기 회복?…때론 기업 지갑 닫게 해
경제야 놀자

재정 마구 풀면 경기 회복?…때론 기업 지갑 닫게 해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풀 때 승수효과로 초기 지출보다 큰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채 발행으로 인한 이자율 상승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와 고령화로 인한 소비 부진 등으로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단순한 재정 지출보다는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 동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현명하게 지출해야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2024.03.28

노택선 교수의 역사 경제학

돈은 수익률 높은 곳으로 흘러가게 마련

자본시장이 잘 통합되어 있으면 자금은 수익률이 높은 분야로 자유롭게 이동하여 모든 분야의 자본 한계수익률이 같아진다. 산업혁명 당시 영국에서 정부 국채 발행이 민간 투자를 구축했는지 여부는 당시 영국 자본시장이 얼마나 잘 통합되어 있었는가에 달려있다.

2006.03.20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