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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재해ㆍ질병 고난과 극복의 역사

흑사병으로 유럽인구 1/3감소

2005.09.04

흑사병으로 유럽인구 1/3감소

김남국 기자2005.09.04읽기 5원문 보기
#흑사병#중세시대 종말#생산성 향상#근대사회 진입#인구 감소#가톨릭 권위 약화#장원 체제 붕괴#도시화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태풍이나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와 역병은 인류를 커다란 위협 속으로 빠뜨렸다. 고대문명의 도시 폼페이는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고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중세시대의 종말을 고했다. 고구려 유민이 세운 발해가 무너진 것도 화산 폭발이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카트리나 태풍은 미국의 숨겨진 후진성을 까발려 미국을 곤경 속으로 빠뜨렸다. 그러나 재해와 질병은 인간이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은 생산성 향상과 근대사회 진입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카트리나가 미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질병과 재난에 인간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바닷물 온도가 낮아져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영화 '투모로우'나 혜성과 지구의 충돌을 그린 '딥 임팩트'.이런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렇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재난은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왔고 또 앞으로 어떤 재난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지 모른다. 이런 재해나 재난은 때로는 역사의 큰 물줄기를 돌려놓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비극적인 인명피해에도 불구하고 역사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폼페이와 발해의 최후,화산 폭발?대형 재해나 재난은 도시나 한 국가를 멸망시킨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도시가 멸망한 대표적 사례는 이탈리아의 폼페이를 꼽을 수 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산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도시 전체를 삼켜버렸다. 이 도시에 살던 수만명의 인구도 화산재에 묻혀 버렸다. 폼페이는 그렇게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폼페이가 되살아난 것은 1738년 4월 봄날 한 농부가 밭을 갈다 발견한 쇠붙이가 계기가 됐다.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됐고 다시 역사에 등장했다. 화산재가 도시 전체를 완전히 삼켰기 때문에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폼페이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신라에 망한 고구려 유민들이 송화강 이남지역과 고구려 옛 영토에 건설했던 발해도 자연재해로 멸망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서기 926년을 전후해 백두산의 화산 분출로 고온의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동쪽 일대를 뒤덮었고,화재와 지진까지 겹쳐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해 발해왕조가 큰 타격을 받아 멸망했다는 것이다.

◆문명을 무너뜨린 질병스페인의 아즈텍 문명과 페루의 잉카제국은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공을 받았지만 정작 망한 이유는 세균 때문이다. 스페인은 아즈텍 제국을 점령하기 위해 1520년 스페인령 쿠바로부터 천연두에 감염된 한 노예를 포함한 사람들을 데리고 멕시코에 도착했는데 이로 인해 질병이 돌아 아즈텍족 황제를 포함해 인구 절반이 몰살당했다. 질병의 위력은 놀라워서 1618년에는 2000만명에 달했던 멕시코 인구가 160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흑사병은 유럽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감염되면 피부 밑에 검은 빛의 피물집이 생기고 죽음을 불러온다 해서 흑사병(black death)으로 불린 질병은 1347년에서 1350년 사이 유럽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하는 3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일부 도시에서는 주민의 90% 이상이 숨지기도 했다.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유럽 대륙은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이 전염병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부터 스웨덴까지 전 유럽을 강타했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런 끔찍한 재앙은 그러나 전혀 상상치 못한 결과도 가져왔다. 중세 시대의 종말을 불러온 것이다. 흑사병을 막아보려는 교회의 종교적 노력은 실패했다.

어떤 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교회에 불러 모아 기도를 한 덕분(?)에 질병은 더욱 빠른 속도로 전염돼 갔다. 가톨릭의 권위는 떨어졌고 교회의 지배력도 약화됐다. 종교의 권위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장원을 떠나 자유로운 도시로 나아갔다. 중세의 사회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인간의 진취성도 발현되기 시작했다. 그저 농사짓는 일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근대적 정신이 발현된 것이다. 잔인한 해석일 수 있지만 3500만명의 희생이 인류를 달나라에 더 빨리 가게 만든 동력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 흑사병은 인류에게 참혹한 재앙이었던 동시에 또한 역사를 발전시킨 동력이기도 했다는 얘기다.

김남국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n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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