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에서 태어나면 차별…본국 출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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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에서 태어나면 차별…본국 출산 강행

김동욱 기자2022.10.27읽기 5원문 보기
#식민지 차별#원정 출산#시민권#제국주의#식민주의#사회 양극화#열등의식#영주권

(66) 19세기 영국의 원정출산 19세기 말 영국에선 원정 출산이 성행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영국이었지만 각 식민지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부모의 출신 성분에 상관없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식민지에서 관료로 봉직한 ‘있는 집’ 부인들은 애를 낳기 위해 오랜 뱃길과 불편한 철로를 마다하지 않고 애를 낳으러 아시아와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영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특히 영국의 대표 식민지인 인도에 파견 근무하는 고위공직자들의 부인은 지체가 높을수록 아기 출산 시기에 맞춰 본국인 영국으로 돌아가 가까운 친척이나 자신의 성 혹은 영지에서 출산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는 장차 태어날 아기의 출생지가 인도가 아니라 영국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모두 자식을 ‘2등 국민’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유대인의 경우 더 심각해서 당시 영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유대인은 부모가 영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더라도 외국인으로 간주돼 땅을 구입할 수도 없었고 식민지 교역에서 배제됐다. 뿐만 아니라 영국 상인에 비해 두 배의 세금을 내야 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의 유대 상인들은 임신한 부인을 영국으로 원정 출산 보내 영국 시민권을 얻도록 했다고도 전해진다. 하지만 모든 식민지 거주 영국인이 본국으로 원정 출산을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때론 식민지 출생이란 차별을 떨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본국의 제국주의, 식민주의 정책을 찬양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매진하는 인물도 등장했다. 대표적 인물이 19세기 말 20세기 초 영국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6)이다. 1907년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던 키플링은 우리에겐 <정글북>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대표적인 제국주의 찬양론자였다. ‘영국 제국주의는 미개한 원주민에 대한 백인의 사명’이란 표현은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이처럼 노골적인 제국주의 이데올로그가 된 데는 식민지 태생이라는 열등의식을 털기 위한 무의식이 한몫했다고 평가된다.

키플링의 아버지 존 로크우드 키플링은 인도 봄베이 미술학교 교장이었고, 어머니 엘리스 키플링은 목사의 딸이었다. 키플링의 이모들은 유명 화가와 왕립미술학교 교장, 훗날 영국 수상이 된 스탠리 볼드윈의 아버지와 결혼했다. 이렇게 보면 객관적으로 키플링 가문은 빅토리아 왕조뿐 아니라 에드워드 왕조에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신분이었지만 키플링의 출생지가 인도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귀족 혈통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 같은 식민지 태생에 대한 차별은 늙은 빅토리아 여왕이 군림하던 시절뿐 아니라 20세기 초까지도 이어지는 변함없는 영국 사회의 트렌드였다.

결국 키플링의 사례는 부모가 원정 출산하지 않은 결과, 가장 적극적으로 식민지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주장하는 인물을 내놓은 꼴이 돼버렸다. 일설에는 키플링이 ‘반쪽 영국인’이라는 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1930년께 봄베이에선 러디어드 키플링의 어머니가 인도 여인이었다는 소문이 공공연한 비밀로 나돌았다고 한다. 당시 영국인과 인도인 사이의 혼혈아는 아버지가 누구건 간에 어떤 사회적 지위도 점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다수 문학사가는 키플링의 과장된 제국주의 주창은 열등의식의 보상심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인도 출신 키플링이 영국 서식스 지방에 대해 과도하게 정열적인 애정을 보였던 것마저 당시 사람들에게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제기되곤 한다. 주요 정치인이나 사회에서 힘 있고 돈 있는 인사들이 미국으로 원정 출산을 간다거나 상당수 유력 인사 자녀들이 국방 의무를 면제받았다는 것은 뉴스도 아닌 상황이다. 지금도 많은 수의 어린아이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따온다고 한다. 사회의 힘 있는 분들의 이 같은 행태가 행여 19세기 영국이 키플링 같은 극단주의자를 배출한 것처럼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유사한 극단적인 해외 숭배, 책임 회피, 사회 양극화란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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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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