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태양 보고 시간을 짐작하며 생활하던 사람들…19세기 후반 시간개념 생기며 '시간=돈' 세상 열려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별과 태양 보고 시간을 짐작하며 생활하던 사람들…19세기 후반 시간개념 생기며 '시간=돈' 세상 열려

김동욱 기자2022.07.14읽기 4원문 보기
#산업혁명#철도산업#철도 붐#시간=돈#그리니치 표준시#전신망#시간대 통일#자본주의

(54) 시계의 등장과 시간의 개념 (下) Getty Images Bank 19세기 중반까지 마을마다 독자적인 시간 개념이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은 별과 태양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 (매일 같은 시간에 산보를 나섰다는 칸트의 유명한 에피소드도 진위가 좀 의심스럽긴 하다. ) 19세기 이전에는 정확한 시간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었기에 시계에 분침이 없었지만 1880년대에는 사람들이 초 단위까지 정확히 맞출 것을 요구할 정도로 사회가 급변했다. 경영자와 관리인, 노동자는 점점 더 시계와 호각으로 규율되는 노동 일과에 묶여버렸다. 시간 엄수가 장려됐고, 늦으면 벌금이나 해고로 벌을 받아야 했다.

시간은 절약해야 하는 대상이 됐고, ‘시간이 돈’인 세상이 됐다.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 주인공으로, 편집증적으로 시간에 집착하는 인물로 묘사된 포그 씨는 이런 배경 속에서 태어났다. 영국에 철도 생기며 시간망 통일이런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철도의 등장이었다. 1830년 영국 리버풀과 맨체스터 사이에 최초의 여객철도가 들어섰고, 이후 철도산업은 이윤이 쏠쏠하게 남는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1836~1837년 영국에서만 총 44개 회사가 총연장 2410㎞의 사업을 승인받는 ‘철도 붐’이 일었다. 1845~1847년에는 626개 회사가 승인받은 철도 건설 총연장이 1만5340㎞에 달했다.

일부 시행되지 않은 사업도 있었지만 1852년까지 영국에 건설된 철도의 총연장은 1만2000㎞로 오늘날 영국 철도 총연장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철도 사업 투자자들은 1990년대 후반의 인터넷처럼 철도를 획기적인 것으로 바라봤고 수익 창출 전망이 무한하다고 해석했다. 다른 철도회사들이 똑같은 목적지에 나란히 철도를 건설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철도 붐을 타고 기차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거리 개념이 좁혀졌고, 전체 시간망을 통일하는 것도 시급해졌다. 결국 영국의 철도 회사들은 영국 그리니치에서 날마다 별을 보고 관측한 런던 시간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철길을 따라 늘어선 전신을 이용해 전국에 시간을 알렸다. 전신망이 초창기 시간대 혼란 해결다른 유럽 국가들도 영국의 사례를 따라갔다. 프랑스 파리보다 5분 늦은 루앙 시간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파리 기차역 안에 있는 시계는 바깥에 있는 시계보다 5분 늦게 맞춰졌다. 하지만 세계 각지의 혼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대서양 건너 브라질 상파울루역에는 시계가 3개 있었는데 하나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오는 기차용이었고, 하나는 상파울루주 내에서만 운행하는 열차용, 세 번째는 산토스항에서 오는 기차의 시간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영토가 너무 넓었던 미국은 자국만의 시간대를 따로 정해버렸다.

1870년대 미국에는 서로 다른 지방시간대가 300개, 철도시가 80개 있었다. 이에 따라 버펄로역에는 시간이 각각 다른 시계가 3개 있었고, 피츠버그역에는 6개의 다른 시계가 걸렸다. 이런 상황의 해답은 전신망이 제공했다. 국제적 전신망이 확립되면서 각 국가는 시간 측정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는 데 합의했다. 마침내 전 세계의 시계가 동일한 리듬으로 움직이게 된 것이다. 여기서도 세계 시간의 기점은 영국 그리니치가 됐다.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시간 측정의 기준까지 자연스럽게 장악했던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비약적 발전은 시간 관념의 변화와 이를 뒷받침한 시계 기술의 발전과 발걸음을 같이했다. NIE 포인트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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