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빙기 흉년으로 기근 이어지고 전염병까지 돌자…독일 등 타격 큰 중부유럽서 마녀사냥 광풍 불었죠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소빙기 흉년으로 기근 이어지고 전염병까지 돌자…독일 등 타격 큰 중부유럽서 마녀사냥 광풍 불었죠

김동욱 기자2022.03.17읽기 4원문 보기
#소빙기#기근(Hungerkrise)#물가 상승#농업 생산량 축소#사회적 갈등#재산권 분쟁#사회적 약자#기후변화

(37) 17세기 유럽의 마녀사냥 17세기 초 유럽에서 마녀사냥이 가장 격렬하게 발생한 곳은 독일지역이다. 당시 독일에는 8000만 유럽 인구의 5분의 1이 살고 있었지만 유럽 대륙에서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희생자의 절반가량이 이 지역에서 생겼다. 1631년 프리드리히 슈페라는 독일인은 “독일에는 마녀 어머니가 너무나 많다”는 말로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마녀와 관련된 문제에 천착해온 볼프강 베링거 교수는 중부 유럽이 마녀 박해의 중심지가 된 이유로 16세기와 17세기 초의 환경위기를 거론한다.

소위 ‘소빙기’가 닥치면서 인구 밀도나 거주 구조, 농업 구조 같은 사회 문화 인프라와 경제 기반이 가장 취약했던 독일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중해 유역과 기타 해안지역은 기온 하강의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주민들이 밀집해 있던 유럽 대륙의 내륙지역은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이웃과의 사회적 갈등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환경 요인은 이웃을 마녀로 의심하고 몰아붙이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다.

위기의 책임을 공동체 약자에게 돌려이는 농업사가 빌헬름 아벨의 연구에서도 방증되는데, 1670년 기아위기(Hungerkrise)에 관한 연구에서 중부 유럽의 물가 상승은 서유럽이나 남유럽 도시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빙기란 자연 위기 상황에서 날씨가 추워지고 우박 서리 등의 피해는 증가하고, 여름이 짧아지면서 자연스레 흉년이 늘어 농업 생산량이 축소된 영향이 컸다. 흉년이 자주 반복되면서 식량 부족이 다시 기존 사회질서의 존속을 위협하는 사회적 긴장을 키우는 악순환이 됐다. 주민들의 영양 상태가 나빠짐에 따라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모든 책임이 ‘마녀 탓’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결국 이런 위기의 책임이 사회나 조직 등 기관의 탓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개인 탓으로 옮겨지면서 기존 공동체에서 약자로 분류되거나 질시의 대상이었던 존재들이 마녀로 몰려 마녀사냥의 광풍이 일었다. 무엇보다 혼자 사는 여성이 마녀로 몰리는 일이 많았다. 텍사스대 역사학자 브라이언 르박에 따르면 근세 초 유럽 마을공동체에서 혼자 사는 여성은 보통 가난한 사회 최하층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대표했다. 그랬던 만큼 그들은 자주 마녀사냥의 공격 대상이 됐다. 또 ‘마녀=여성’이라는 인식 탓에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은 더더욱 마녀로 몰리기 쉬웠다.

실제로 자신마저 마녀로 몰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남편이나 자식들이 아내나 어머니를 마녀로 몰고 본인은 위험을 회피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미국 식민지 시절에도 마녀사냥 양상유럽 무대를 벗어나 식민지 시절 미국 뉴잉글랜드 매사추세츠주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움직임이 관찰된다. 세일럼이라는 마을에서는 1692년 300여 명이 마녀로 몰렸고 30명이 처형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같은 마녀사냥의 배경에는 농업 종사자와 상업 종사자 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역 재산권을 둘러싸고 대립하던 중 세력이 약해진 농업 지주들이 예전의 권능을 되찾기 위한 심리적 무기로 마녀사냥을 들고나왔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역사학자들은 마녀로 몰린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고, 이들 중 상당수는 기존에 전통적으로 부여되던 여성 역할을 거부하거나 이에 역행(?)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부 여성은 집안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외부에서 사업에 관여했고 어떤 여성들은 교회에 가지 않기도 했다. 또 중세 유럽과 대비되는 측면이지만 마녀로 몰린 여성 대부분은 중산층이거나 아들 또는 남자 형제가 없는 중년 여성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적잖은 재산을 상속받아 독립된 삶을 살던 부류로, 그들이 가진 재산과 상대적으로 약한 사회적 방어막이 그들을 손쉬운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오늘날에도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책임을 전가할 질시와 두려움의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NIE 포인트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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