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컴투스 사장(37)은 모바일 게임 업계의 여전사다. 스물네살 어린 나이에 미개척 분야인 모바일 게임 시장에 투신, 미국 타임지(誌)가 선정한 세계 14대 기술대가(Global Tech Guru)에 뽑히기도 한 자랑스러운 한국 여성 기업인이다. 컴투스는 국내 최초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RPG)인 춘추열국지를 비롯해 테트리스, 붕어빵 타이쿤, 한국프로야구, 폰고도리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국내 1위의 모바일 게임 업체다. 남성 위주의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우뚝 선 박 사장은 또 어떤 인물일까. # 밀양을 떠나 울산으로 1남2녀 중 막내인 박 사장은 경남 밀양에서 나고 컸다. 초등학교 2곳, 여자중학교 2곳, 인문계 고교 1곳이 전부였던 고향이다. 어릴 적부터 총명해 초등~중학교까지 밀양에서 줄곧 1등을 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지영은 고민에 빠졌다. 밀양에서 고교를 마치느냐 아니면 좀 더 넓은 곳으로 나가 경쟁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섰던 것. 지영은 산업도시 울산행을 택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경쟁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더 컸어요.”
울산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울산이라는 곳은 서울에서 오는 인구가 많은 도시여서 사투리를 쓰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밀양 사투리가 혀에 밴 지영이 한마디만 해도 친구들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유학생활은 외로웠다. 철저하게 혼자였다. 친구들이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밀양 분위기는 없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지영은 위축되기보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이때를 “살아가는 요령을 배운 시기였다”고 말한다. 첫 번째 남다른 길은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극복했다.
박 사장이 선택한 두 번째 남다른 길은 이공계열인 고려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의대나 약대, 사범대에 들어가 안정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뜻과 다른 길이었다. “의사, 약사 선생님은 굳이 해보지 않아도 아는 직업이라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수학, 과학 과목을 좋아해서 이공계열을 선택했고 재미있을 것 같아 컴퓨터학과를 선택했어요.”
#'게임에 빠졋어요'
대학 진학 후 박 사장은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렸다. 이때 등장한 3D 게임은 컴퓨터학도인 지영의 눈에 신기하게 다가왔다. ‘버추얼 파이터(Virtual Fighter)’ 같은 3D게임에서 나타나는 각종 그래픽과 효과는 컴퓨터학도의 뇌리에 박혔다. 시간만 나면 친구들과 함께 오락실에서 파묻혀 살다시피했다.
오락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게임공략법을 알려주겠다며 접근한(?) 같은 과 동기가 있었다. 이 인연은 캠퍼스 커플로 발전했고 결혼으로 골인했다. 컴투스 창업 파트너이자 현재 컴투스 부사장인 이영일 씨를 만난 게 순전히 게임 덕분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대학 졸업반 시절 또 다른 길을 선택했다. 취업 대신 창업이었다. 졸업 당시인 1996년은 디지털 물결이 일던 무렵이어서 박 사장은 대기업 취업을 손쉽게 할 수 있었다. 명문대 컴퓨터학과 졸업생이면 골라서 직장을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걱정을 감안하면 취업이 안정적이었다.
#24살에 빚만 2억5000만원
1998년 7월 과 동기인 박지영, 이영일과 기숙사에서 알게 된 현유진 등 3명은 각각 500만원씩 보태 옥탑방에서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컴투스(come to us). 컴퓨터와 옥탑방을 구하고 남은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일단 돈부터 벌어야 했다. MP3플레이어를 해보겠다고 나섰으나 제조 생산 기반이 없어 무리였다. 이후 MP3 음악파일 다운로드 서비스와 웹호스팅(인터넷 홈페이지 운영 서비스), IP(PC통신망을 통해 정보를 제공해주고 대가를 받는 사업), PC통신망 통합검색엔진, DDR게임 등에 손을 댔지만 다 실패했다. MP3 음악 다운로드는 저작권에 걸렸고, 웹페이지를 만드는 기업들도 없었으며, 통합검색엔진은 나중에야 네이버가 성공하는 등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이렇게 각종 사업을 하면서 진 빚이 2억5000만원에 달했다. “몸무게가 37㎏까지 빠졌어요. 샤워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나를 봤는데 갈비뼈가 앙상하게 보였어요. 너무 고민이 많아 앞이 캄캄했지요.” 하지만 훗날 이런 시행착오와 경험은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해야 할 준비가 무엇인지, 최고경영자(CEO)가 가져야 할 가치관과 결단력이 무엇인지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