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충돌 우려로 러시아 증시와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등 러시아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3일 러시아 증시 지수인 MICEX는 12% 넘게 떨어지는 폭락세를 보였다.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로 추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5.5%에서 7.0%로 전격 올리며 환율 방어에 나섰다. - 3월4일 한국경제신문
☞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증시가 출렁거리고 있으며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또다시 하락세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최대 불씨는 동남부 흑해 지역의 크림 반도다. 자치공화국 지위를 가진 크림 반도는 지역적·역사적 특징으로 화약고로 꼽힌다. 수백년간 러시아 땅이던 이곳은 옛 소련 시절인 1954년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공산당 서기장의 결정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편입됐다. 이후 1992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면서 크림 자치공화국이 됐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자치공화국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크림 자치의회가 협의해 선출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이 지역에선 우크라이나에 남느냐 아니면 러시아와 합병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지만 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속하기로 결정했고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는 자치공화국의 지위를 부여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과 소련군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으며, 세계대전 막바지에 연합국 정상들이 모여 전후 처리방안 등을 논의한 얄타회담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한동안 세계의 이목에서 비껴나 있던 크림 반도가 다시 관심사로 부상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정정 불안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영토 또한 유럽 전체에서 가장 넓다. 크림 반도는 주민 가운데 60%가 러시아계로 남부에 몰려 산다. 북부에는 우크라이나계가 많고 중부에는 타타르인이 주로 거주한다. 이런 인구 구조에서 정부의 성향이 친 러시아냐 아니면 친 유럽연합(EU)이냐에 따라 국민 간 갈등이 고조돼왔다.
2004년엔 ‘오렌지 혁명’이 성공해 친 러시아 성향 야누코비치 정권이 물러났다. 하지만 유센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총리는 곧바로 반목했고, 유센코 대통령의 친 유럽 일변도 정책은 러시아의 반발을 불렀다.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오렌지 혁명으로 집권한 세력은 사분오열됐다. 2010년 대선에서 티모셴코 전 총리가 야누코비치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면서 오렌지 혁명 이전으로 돌아갔다.
정권을 잡은 야누코비치는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했다. EU 가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려던 방향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그 배경에는 러시아의 압박이 있었다. 이에 반발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적 유혈 소요 사태가 일어났으며 결국 야누코비치는 러시아로 망명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경제는 요동을 치고 있다. 위험자산인 주식 값은 떨어진 반면 금과 달러화 등 안전자산의 가격은 강세다. 브렌트유 등 에너지값도 뛰었다.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 가치도 또한 하락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는 이번 사태가 더 확산돼 미·러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지, 아니면 외교적으로 마무리될지에 달려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2008년 조지아를 전격 침공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크림 반도 획득을 위해 또 다른 국지전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디폴트 위기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은 최저인 D등급에 가깝다.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178억달러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율도 지난해 9월말 289%로 2009년에 비해 두 배가량 뛰었다. 국가 부도 위험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0일 1329bp(베이시스포인트·13.29%)까지 치솟았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는 수년째 적자다. 게다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자행된 권력층의 부패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러시아 경제에도 먹구름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을 수출해 먹고사는 러시아 경제는 2010년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기가 별로 좋지 않다. 만약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유럽으로의 에너지 판매망(파이프라인)이 끊기거나 서방이 경제 제재를 결정한다면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이미 1998년 국가부도(모라토리엄) 사태를 겪었던 경험이 있다.
세계는 지금 크림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주가 폭락으로 러시아 펀드나 브릭스 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불똥이 튄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의 지배에 있었다. 이제는 자칫 나라가 두 동강이 날 수도 있는 위험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한 국가의 발전엔 지도층이 사회적 갈등을 잘 관리하고 해결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갈등이 더 무서운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