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엔高
☞ 미국과 유럽처럼 일본도 요즘 나라경제 사정이 말이 아니다.
부동산 거품붕괴로 찾아온 장기 경기 침체인 ‘잃어버린 10년’을 넘어서 ‘잃어버린 20년’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성장은 더디고 나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게 그 이유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9.7%(201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미국의 두배이고 한국(34%)과 비교해선 거의 6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춘 날 국제금융시장은 무덤덤했다.
일본 국채값이 폭락(수익률 폭등)한 것도 아니었고,도쿄 증시나 뉴욕 증시가 급락하지도 않았다.
이달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달랐다.
게다가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그 나라의 화폐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인데 일본 엔화 가치는 요즘 미 달러당 75~77엔에서 움직이며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왜 이처럼 모순인 듯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첫째로는 정부에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대부분 자국 금융사와 국민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의 국채 보유 비중은 93.5%(2010년말 기준)로 미국(52.3%),독일(46.2%),프랑스(63.5%) 등보다 월등히 높다.
미국 정부가 빚을 내기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외국인이 절반 가량을 사가는 데 비해 일본은 거의 대부분을 자국민이 매입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국채를 추가 발행하더라도 자국내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으며,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더라도 투자자들이 국채를 한꺼번에 내다팔 가능성이 작다.
또하나는 일본이 매년 꾸준히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기반이 강한 일본은 지난해 6조7000억엔 등 매년 막대한 무역흑자를 쌓고 있다.
그 덕분에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말 현재 1조1000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외국으로부터 받을 돈(대외채권)에서 지급해야 할 돈(대외채무)을 뺀 순대외채권도 작년말 현재 3조달러로 세계 최대다.
이게 바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져도 엔화 가치는 고공행진을 하는 배경이다.
여기다가 종종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도 엔고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높은 금리를 주는 나라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제로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엔화는 캐리 트레이드의 주요 대상이다.
엔화를 싼 이자로 빌려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은 해외로 나갔던 엔화 자금이 다시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