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 앨프리드 마셜
19세기에는 두 개의 서로 대립적인 사상이 인식의 세계를 지배했다. 한편에는 인류의 빈곤은 숙명적이고 극복할 수 없다는 맬서스와 리카도의 ‘우울한’ 사상이 있었다. 다른 한편에선 마르크스와 그 추종자들이 사유재산 없는 사회주의가 가난에서 인류를 구원한다는 달콤한 말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이 시기에 양측의 인식을 비판하며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한다면 가난한 사람과 부자 모두가 함께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설파한 인물이 등장했다.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이다. 그는 빈곤의 숙명론은 인류문명에 대한 모독이며 사회주의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 적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마셜이 경제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그가 가입한 엘리트 모임이었다. 이 모임의 중심 주제는 빈곤 해소를 통한 인류의 보편적 번영 문제였다. 그런 문제의식에 매료된 그가 절실히 느낀 것은 물질적 풍요를 위한 경제학의 확립이었다.
마셜은 이런 인식을 토대로 독창적인 개념을 개발, 신고전파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를 확립한다. 가장 큰 공로로 인정받고 있는게 수요공급원리, 가격결정, 생산비용, 균형이론 등이다. 이런 개념들에 접근하기 위해 기하학, 수리, 계량 방법을 개발한 것도 독특하다.
주목할 것은 수요공급 원리다.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고 이를 통해서 가격과 산출량이 정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장을 균형으로 파악하는 그의 경제관도 흥미롭다. 균형이란 수많은 사람의 행동이 서로 조절돼 조화가 이뤄진 상황이다. 이는 수요․공급의 일치로 표현된다.
시장을 주택, 자동차 등 산업별로 나눠 따로 분석하는 부분분석도 각 산업이 고립적으로 작동한다는 전제가 깔린 마셜의 기발한 착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마셜의 균형이론은 인간은 자극에 따라 기계적으로 반응한다는 비현실적 인간관에서 도출됐다는 이유로 적잖은 비판에 직면했다. 인간행동은 기계적이 아니라 인지적이라는 얘기다. 인지란 새로운 지식을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발견하는, 인간만이 갖고 있는 요소다. 오스트리아학파를 이끌고 있는 미국 경제학자 커즈너는 인지적 인간으로 구성된 시장은 ‘과정’이지 결코 ‘균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모든 산업은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산업들은 서로 불가피하게 연관돼 있고 그래서 시장들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시장으로 작동하기에 부분분석을 통해서는 시장의 기능원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셜의 독창성은 가격 변화에 구매자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계량화한 탄력성 개념의 발견에서도 드러난다. 이런 개념은 경제주체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낮추면 투자와 소비가 증대한다는 등 재량적 통화정책처럼 정부의 가격규제를 정당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타의 것이 일정불변하다(ceteris pribus)’고 전제하고 분석하는 방법도 마셜의 탁월한 지혜라는 지적이다. 그것은 복잡계를 단순계로 만드는 방법이다. 단순계의 분석을 통해 복잡계인 시장의 기능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곤란하다는 비판이 있긴 하다.
마셜 사상의 백미는 성장철학이다. 번영의 원천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 즉 자본가와 기업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모양새 좋게 발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저술할 수는 없다고 정부의 치명적 한계를 지적한다. 자본가와 자본이 없다면 사회는 야만의 세계로 되돌아가 인간 존립 그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수세대 동안 자본가와 농업․산업노동자 등 모두의 생활 수준이 향상됐다는 마셜의 역사 해석도 흥미롭다. 증기기관은 인류를 저급하고 소모적인 노동에서 해방시켰고 다양한 산업의 등장으로 임금 수준도 높아졌으며 교육 기회도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자유기업은 모든 계층에 보편적인 번영을 가져다줬다는 의미다. 자본주의가 보편적 번영을 보장한다는 마셜의 주장은 캐나다의 유명한 싱크탱크인 프레이저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입증된다. 경제자유가 많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높고 성장이 높은 나라일수록 최하위 소득 계층의 소득 수준도 높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빈곤 문제의 해법은 자유기업을 통한 성장이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