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비용과 측정비용
할인점·슈퍼마켓 등의 식품매장에선 수박이나 배추를 반으로 쪼개 비닐 랩으로 포장한 뒤 무게를 달아 판다.
왜 멀쩡한 채소나 과일을 낱개로 팔지 않고 쪼개서 팔까.
이렇게 팔면 무슨 이득이 있을까.
또한 출판사는 저자와 인세를 계약할 때 고정액이 아니라 일정 비율로 계약한다.
저자의 인지도나 책의 완성도에 따른 인세 차별은 극히 미미하다.
심지어 유명 화가의 그림은 예술성에 관계없이 '호(號≒엽서 크기)당 얼마'식으로 가격을 매긴다.
농산물이든,문학·예술작품이든 품질이나 가치면에서 차이가 클텐데 왜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사고팔거나 계약을 맺을까.
이는 거래비용(특히 측정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측정비용을 더 들인다고 해서 제품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투자는 낭비이기 때문이다.
거래비용과 측정비용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자.
⊙ 배추를 쪼개 파는 이유 배추를 포기 단위로만 판다면 소비자들은 이것저것 들춰보고 눌러보고 나서 크고 좋은 것만 사갈 것이다.
손때를 탄 배추는 팔기 어려워진다.
수박도 잘 익었는지 알려면 일부를 베어내 보여줘야 하는데,소비자가 마음에 안 들어하면 다시 팔 수 없다.
이렇게 못 팔게 된 배추와 수박은 그 자체가 좋은 채소와 과일을 감별하는데 들어가는 측정비용인 셈이다.
이런 비용을 없애기 위해 할인점 등에선 배추,수박을 절반으로 쪼개 포장한 뒤 무게에 따라 값을 매겨 판다.
그러면 곧바로 잘 익었는지 보여줄 수 있고 작은 것도 가격을 낮춰 팔면 되므로 일석이조다.
출판사가 작가와 판권계약을 할 때 대개 인세를 고정 금액(先인세)이 아닌 판매량 대비 일정 비율(책값의 10% 안팎)로 계약한다.
책이 잘 팔릴수록 인세가 커지지만,책이 안 팔렸을 때 생기는 위험부담도 예방할 수 있다.
잘 팔릴 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관련 전문가의 평가를 받는 것 자체가 측정비용이다.
미술상이 호당 얼마씩 매겨 그림을 파는 것은,특정 화가의 작품 가운데서도 걸작과 졸작이 뒤섞여 있는데 이를 무시한 원시적 방법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하지만 미술비평가에게 맡길 때 드는 측정비용을 제거하고 가격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한 방편이란 점에선 긍정적인 면도 있다.
⊙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아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