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와 공공선택
A씨의 가족은 주말 저녁 삼겹살로 외식을 했다.
네 식구가 4인분을 시켜 남김없이 알뜰히 먹었다.
며칠 뒤 A씨는 고교 동창모임에 나갔다.
메뉴는 역시 삼겹살.30명이 모였는데 나중에 불판마다 한결같이 먹다 남은 삼겹살이 수북했다.
계산서를 보니 총 50인분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가족끼리는 음식을 남기지 않았는데,단체 회식자리에선 다 못 먹고 남길 것을 왜 이리 많이 주문했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뷔페에서 모일 걸….
이런 현상은 일군의 공공선택학파 경제학자들에게 좋은 연구 재료가 됐다.
공공의 선택(의사결정)은 선출된 정치가들에 의한 투표(정치 과정)를 통해 이뤄지는데,수많은 비효율의 원천이 되는 게 현실이다.
현실에서 공공선택이 어떤 문제점을 갖는지 살펴보자.수많은 사회문제를 분석·이해하고 설명하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나 혼자 낸다면 아꼈을텐데 A씨 가족의 외식비는 당연히 A씨가 냈다.
너무 많이 주문해 먹고 남기면 그만큼 손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하지만 단체 회식에선 전체 식비를 n(사람수)으로 나눠,각자 1/n씩 부담한다.
A씨가 먹성이 좋아 3인분쯤 해치웠더라도 추가되는 비용 역시 A씨가 아니라 '추가비용×1/n' 만큼만 늘어날 뿐이다.
그러니 막말로 '먹는 게 남는 장사'가 된다.
대부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30명이 60인분,90인분을 시킬 수도 있다.
사람의 머리 속에는 이런 비용과 편익에 대해 '칼 같이' 계산할 수 있는 계산기가 들어 있다.
머릿속 계산기에서 자신에게 (+)라고 생각하니 단체 회식에선 과도한 음식 주문,음식 낭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다수는 항상 옳은가 오늘날 대다수 국가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 근간은 투표다.
투표는 개인의 선호를 사회적 선호로 합치는 과정이며,주로 과반수 투표(majority voting) 또는 다수결 투표(plurality voting)가 이용된다.
과반수 투표는 '다수의 지지'라는 도덕적 근거를 갖지만 다수의 횡포(포퓰리즘)의 문제를 낳기도 한다.
지지자의 숫자가 많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