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패러독스
지난 4월 외신에 희한한 기사가 보도됐다.
러시아 정부가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올해 안에 북극곰 사냥을 일부 허용할 방침이란 것이다.
사냥을 허용하는 것이 왜 북극곰을 보호하는 방법일까?
스페인의 투우도 동물보호단체들에 의해 동물 학대라는 맹비난을 받고 있지만 실상은 투우가 투우용 소를 살리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경제·사회 현상을 살펴보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북극곰이나 투우용 소를 보호하려면 죽이지 말아야 할 텐데….
하지만 거꾸로 '죽여야 살릴 수 있다'는 패러독스(역설)가 진실인 게 세상사이다.
그래서 경제학적 상상력은 창의력의 보고(寶庫)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학의 패러독스 세계로 들어가보자.
⊙귀할수록 지키기 어렵다 러시아 정부는 무분별한 사냥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을 살리기 위해 1956년 이래 추코트가 등 시베리아 원주민에 허용된 쿼터를 제외하고는 사냥을 전면 금지해 왔다.
그러자 밀렵이 성행해 오히려 북극곰에 대한 위협이 커졌고,설상가상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먹이감이 줄어든 북극곰들이 자주 민가에 출몰해 골칫거리가 됐다.
이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해법은 부분적으로 사냥을 허용하는 사냥쿼터제다.
사냥 쿼터제는 '일정 수준 사냥 허용→북극곰 가족·고기 공급 증가→북극곰 가치 하락→밀렵 유인 감소'라는 연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해마다 40마리 북극곰 사냥을 허용하는 것을 벤치마킹했다.
북극곰 수요가 존재하는 한 사냥금지 일변도의 정책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북극곰 멸종도 막고 민가 피해도 줄이는 해법을 경제학적 원리에서 찾은 것이다.
이는 아프리카 검정코뿔소의 멸종을 막기 위해 코뿔소를 밀렵하던 주변 부족에 코뿔소를 사유화해 해법을 찾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생글생글 106호 14면 참조)
⊙"살리기 위해 죽여라" 이 같은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투우를 동물 학대라고 여겨 당장 중단한다면 어떻게 될까? 투우용 소는 덩치가 크고 성질이 사납고 육질도 거칠어 투우 외에는 쓸모가 없다.
투우를 중단하면 이런 소를 키울 이유가 없다는 게 투우 사육농가들의 이야기다.
따라서 투우용 소를 살리는 것은 투우를 권장하는 것이란 역설이 성립한다.



